북한은 미국 본토(괌)를 타격하겠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상공을 위협하고 있고, 일본상공 지나 3700㎞ 비행해 북태평양을 향해 돌진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미·일을 긴장하게 했다. 연일 상공을 위협하는 북한 발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막말 설전으로 이어졌고 “혹시, 이러다가 진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초침이 됐다. 이어진 사드배치로 한·중 경제관계는 냉기가 지속되었다.
그 틈으로 한국사회 안보를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동맹주의’와 자발적인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평화적 온건주의’의 함성이 정치적인 소리로 국민의 목소리로도 갈라지고 있다.

마침, 이 작품을 본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5개 국가 순방에 나서고 있다.
첫 방문 국가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와 일본정부는 미·일의 굳건한 동맹관계 노선을 보여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을 국빈방문 했다. 1953년 10월 조인돼 이듬해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져 올해 한·미동맹도 64주년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전쟁 기간에 쓰여 지고 이듬해 1969 공연한 데라야마 슈지 원작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 를 반전(反戰) 희망과 코끼리가 된 거대 국가의 ‘문화숭배주의’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49년의 먼지를 털고 나왔어도 작가가 바라본 시대풍경은 그대로다.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
국내 무대로 옮긴 데라야마 슈지의 도발적인 작품을 작가 백하룡이 6.25 전쟁으로 분단국가가 된 한반도 한국사회에 맞게 각색했다.
국내에서는 텐트연극으로 유명한 김수진 연출과 <락희맨쑈>, <홍도>,< 칼로막베스>, <인간대포쇼>,<곰의 아내>, <조씨 고아의 복수>, <변강쇠 점찍고, 옹녀> LG 아트센터에서 지난 5일 막을 내린 <라빠르망>등 작, 연출을 병행하며 창극을 현대화 시키는 등 전 방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고선웅 연출과 고경민 극단 대표를 축으로 <마방진> 배우들과 공동으로 공연한 작품으로 두터운 연극 마니아층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는 반전(反戰)을 상징하고 내포하고 있는 작품으로 테레야마 슈지가 1969년, 베트남 전쟁 시기에 작품을 완성했다. 그해 시부야의 ‘나미키바시’ 소극장 개관 공연으로 상연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으로 국내 무대는 초연(初演)이다. 김수진 연출, 백하룡 각색의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는 작품 선택에 진통을 겪으면서 최종 적으로 원작 데라야마 슈지 작품으로 결정하고, 백하룡 작가가 원작의 살점들을 덜어내고 한국과 일본의 공통적인 키워드인 미국, 전쟁, 삶, 동맹국가, 문화숭배주의 현상을 거대한 우산 속에 스며들어 있는 한반도 한국사회로 환기(換氣)한 작품이다.
‘전쟁’은 시대의 서커스 인가
전쟁의 굴레, 북한의 탄도미사일, 핵무기, 한미동맹, 사드배치, 영어 몰입교육, 미국우선주의, ‘친미’와 ‘반미’로 대립되는 정치적 이념과 갈등, 평화온건주의 등이 겹쳐지면서 거대 패권국가 우산 속에서 살아가는 국가나 삶에 김수진 연출은 특유의 카니발적 연극의 놀이성으로 무장하고 속도를 높인다.
배우들과 국악기 연주자인 ‘민영치’(제일동포 3세로 세계적인 국악기 연주자)의 한(恨)과 신명 섞인 노래로 6.25 전쟁을 지나온 동맹국 한국과 미국의 역사와 사건들을 대입한다. 각 장별로 영어몰입교육, 미국숭배주의, 헬 조선, 서부극, 풋볼규칙의 행복 등 총 8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극을 몰고 가면서 세계전쟁 한 복판에 서 있는 거대 패권국가 등에 올라타 있는 국가를 내포하고 문화숭배주의를 은유적으로 겨냥한다. 시대는 전쟁의 흔적이고 역사가 된다. 전쟁 공포가 세계 상공을 비행하는 현재다.

핵무기로 공포에 떨고, 살점을 잘라내는 육중한 화약의 폭염소리는 죽음의 서커스다. 마침표가 없는 전쟁의 연속성, 공포, 삶, 죽음과 한 우산을 쓰고 있는 동맹관계 등에서 내포되고 있는 절망의 공포가 거대한 코끼리 등에 올라타 ‘전쟁’이라는 시대의 서커스를 즐기고 있는 축제의 장(場)으로 환기된다.
코끼리는 국가다. 거대한 패권국가의 등에 올라타 아슬아슬한 전쟁의 서커스를 펼치는 보이는 조련사, 그 등에 올라타 ‘미국숭배주의’를 동경과 희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상을 서커스로 은유한다. 작품 소리에 본질은 시대비극을 담고 무대형상화는 희극적으로 전쟁과 특정국가 ‘문화숭배주의’를 날선 조롱으로 비판한다.
이면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은 데라야마 슈지가 말한 ‘지상은 끝없는 싸움 때문에 보이지 않는 피로 넘쳐나고 있다’ 는 현실과 죽음, 절망의 세상이다.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테라야마 슈지가 말한 인류가 마지막으로 결리는 병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병’을 버렸을 때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허상) 즉, 그 동경의 대상과 환영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희망은 환영의 절망으로, 절망은 전쟁과 죽음(실체)으로 연속성으로 지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 할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이고 ‘민중’이다.
데라야마 슈지와 김수진 연출
데라야마 슈지는 1960년대 일본 소극장 운동인 ‘안그라 연극운동’을 형성하면서 파격, 도발, 광기, 무의식, 카니발적인 실험극 운동을 주도했다. 1967년 테라야마슈지가 창단한 연극실험실 ‘덴조사지키’ (天井棧敷)를 결성하고 작품 <아오모리 현의 꼽추 青森県のせむ>(1967)로 창단 공연을 하면서 4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극단이 해체되기까지 ‘연극을 통한 사회변혁’을 꿈꾸며 파격적인 작품들을 쏟아내 일본 실험연극을 주도했다.
김수진(金守珍)은 일본을 기반으로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대표이며, 한일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로 재일교포 2세다. 붉은 텐트로 대표되는 상황극단을 이끌었던 일본 앙그라(언더그라운드) 연극의 대표적인 기수인 ‘가라 주로’가 이끄는 ‘상황극장’에 1978년도에 들어갔다. 서양연극 스타일의 프로시니엄 무대의 도전으로 텐트라는 간이 극장에서 유랑 공연활동을 하면서 시대에 도전적인 저항정신을 연극으로 응집해 파격, 실험, 축제성, 에너지 넘치는 배우중심의 공연으로 일본 현대연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상황극장은 1980년 <여자 시라노> 공연 후 가라 주로는 극단 해산을 선언한 뒤 김수진 연출은 ‘신주쿠 양산박’ 결성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 연극발전을 위해 적극인 교류와 활동을 하고 있다.
신주쿠양산박은 예술 감독 김수진, 극작가 정의신 대표배우 김구미자(여), 주원실(남) 등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1987년에 일본 동경에서 극단을 결성했다. 신주쿠는 도쿄의 중심거리이고, 양산박은 중국소설 ‘수호전’에서 유래하고 있어 혼탁한 세상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연극을 택한 연극인들의 극단이라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으며 <파인애플 폭탄> 작품으로 창단공연을 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텐트연극’으로 실험적인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천년의 고독>(1989), <인어전설>(1993), <사랑의 메디아>(1996), <맹도견>(1997), <소녀도시로부터 메아리>(1993), <바람의 아들>(2005)을 비롯해 오태석 작 도라지와 <바람의 동료들 >을 공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왕십리역 광장에 신주쿠양산박의 상징인 천막(텐트)극장을 세우고 활동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은 1993년 여의도 고수부지 한복판에 세워진 간이 텐트극장에서 공연 된 ‘인어전설’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연출의 흡입력, 자연 환경을 무대로 흡수하는 개방적인 무대, 카니발적인 연극과 축제성, 도발적인 배우 에너지 등으로 충격을 던졌던 작품이다.
재일교포의 삶과 소외, 현실의 경계를 연극적 환상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살려내고 텐트와 자연환경을 융합해 무대를 하나의 공간으로 결집시키는 데 탁월한 김수진 연출과 극단 신주쿠양산박에서 호흡을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의 활력 넘치는 연기와 무대는 국내 연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수진 특유의 재치, 유머, 축제, 연극의 놀이성으로 무대를 흥겨운 카니발적 장면들로 채우고 극의 주제를 극단 마방진 배우들과 연결하면서 우산속의 그림자들을 소환한다.
김수진 연출 특유의 카니발적 연극과 놀이 “거대 국가 코끼리에 올라탄 전쟁과 문화숭배 서커스”
무대는 후면 중앙과 좌, 우를 3면 돌출형 계단을 올려 민영치와 연주자들이 해금, 거문고, 장고, 태평소와 드럼 건반 등을 올려놓고 극은 동서양의 악기와 소리들 그리고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구조다. 라이브 콘서트 극장이나 서커스 무대 공간으로 변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대화 했다. 돌출계단 사이로 배우들은 자유로운 등, 퇴장을 이루면서 극의 템포와 리듬을 형성시킨다. 8개의 옴니버스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 극중 인물들과 코러스로 변화되어 파편화된 장면을 묶고, 배우들은 서커스 축제를 즐기는 놀이로 통일성 있게 극의 균형을 잡는다.

연출은 백하룡이 각색한 데레야마 슈지의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 8편의 옴니버스 들고 극에 탑재 되어 있는 한국사회 영어교육 열풍, 1958년도 전후 미군기지촌 양공주가 된 소녀 순희, 1970년대 정인숙 피살사건, 5,18민주화 운동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광주의 미희, 윤금이 피살사건, 미국 섹스 심벌 스타 진 할로우, 풋볼의 행복론 등으로 친미와 반미주의, 미국문화숭배주의, 전쟁, 한·미 상호 방위조약, 소파 협정, 국가권력의 의문사 등 한국사회의 내면적 뜨거운 논쟁들을 들을 담고 있다.
극의 도입부터 배우들은 서커스(조련사) 복장으로 통일하고 장면별로 전개되는 현실은 여전히 우리시대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코끼리를 타고 서커스를 즐기는 사회를 조준한다. 극 도입부터 배우들은 ‘장막을 거더라... 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사이)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가수 한대수의 ‘희망의 나라’로 무대를 열고 배우들은 촛불을 들고 노래를 열창한다. 무대로 진입하면서 촛불을 들고 있는 민중의 시선과 한국사회의 현실로 거리를 좁힌다.
이 작품은 6.25로 거쳐 지나온 한·미 ‘상호방호조약’과 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한·미동맹, 패권국가, 미국숭배주의, 영어교육, 미군에 의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 평택 기자촌 살인사건 등을 교차 시키며 우산 속에 가려진 빛과 그늘로 치유되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의 무거운 주제어들을 꺼낸다.
미국우상 숭배주의는 193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섹스심벌 여배우인 ‘진 할로우(Jean Harlow)’ 는 2장 ‘다 같이 진 할로우를 간지럽히자?’ 장면에 등장 시킨다. 배우들은 ‘당신(진할로우)는 실상입니까. 허상입니까’ 질문을 던지며 미국 패권국가의 거대한 문화숭배 현상을 조롱한다. 무조건 적인 문화숭배현상이 ‘허상’ 이라면, ‘실상’은 거대한 코끼리 등에 올라타 전쟁과 문화의 서커스를 즐기고 있는 현상이자 국가다.
남자는 “우리는 미제국주의자 놈들 때문에 한 번도 평안해 본적이 없어”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미국, 꿈에도 소원은 미국”으로 받아치며 전쟁으로 거대한 코끼리가 된 특정 국가 이면을 들쳐 낸다. 마지막 장면은 ‘진 할로우’가 태극기를 몸에 감싸는 장면이다. 여전히 미국문화에 강하게 흡수되어 있는 한국사회로 동일화 시켜 ‘친미주의’를 넘어 ‘미국문화 숭배주의’ 현상을 26세에 사망한 팝 스타를 소환해 조롱한다.
극에서 아메리카는 ‘환상의 나라’이다. 서커스는 축제의 허상이며, 그 이면의 실상은 역사의 전쟁이 아니라 죽음의 백조가 상공을 날아다니는 오늘의 시대이고, 세계정치 무대와 교집합을 이루는 현재 시간이다.
특히, 이 작품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장면은 에피소드 7장 ‘풋볼의 규칙에 의한 행복론’ 시험장면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미식축구’ 경기다 배우들은 미식축구 경기를 하는 놀이를 하고 여자 배우들은 각 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퍼레이드를 구성하면서 무대는 관객들이 경기장에 온 것처럼 분위기를 달군다.
이 장면과 교차된 연상의 겹을 이루는 장면은 동두천에서 생활하면서 미군과 결혼해 미국 시민권자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금희)의 죽음과 과거 삶이다. 효순, 미선이 사건을 소환하고 미군 전용 클럽에서 일하던 20대 중반의 여성이 자신의 방에서 잔인하고 처참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 ‘윤금이’ 사건과 장면을 교차 연상시키면서 관객과 질문의 게임으로 넘어간다.
소녀 독백으로 흘러나오는 미국의 환상과 욕망, 금희의 참혹 같은 죽음을 통해 태평양의 환상과 욕망을 거세하고 ‘행복론’을 꺼낸다. 각 장면을 관통하는 극의 연상구조를 통해 배우들은 경기를 하듯 볼을 관객들한테 전달하고 마지막 볼을 잡은 관객은 각자 ‘행록론’에 대해 한마디 한다. 이 장면으로 작품이 묻고 싶은 질문은 각자 시각으로 바라본 ‘미국론’이자 ‘거대한 코끼리 국가 우산 속 행복론’이다. 우산 속 국가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가? 라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우회적으로 질문을 꺼내 들었지만 관객들은 개인의 ‘행복’을 얘기하며 웃음을 쏟아냈다. 배우들 활기 넘치는 에너지(응원단과 선수들), 장면의 화려함, 강렬한 율동으로 극의 활력의 밀도를 좁히면서 김수진 연출답게 채워진 장면이 됐다.
백하룡 각색은 한국사회에 투영된 우산의 그늘을 우회적으로 조준하고 김수진 연출은 놀이로 무장해 승부수를 건다. 극단 마방진 배우들은 김수진 연출의 신호에 따라 전속력으로 무대를 질주 하지만 김수진표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에 탑승해 각 장면을 몰고 가는 놀이에 틈새가 생기는 것은 한·미·일 색채가 뚜렷한 메시지로 집합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김수진 연출과 극단 ‘신주쿠 양산박’ 배우들의 <시대는 코끼리를 타고> 와 고선웅 연출과 극단 마방진 배우들의 <시대는 코끼리를 타고>를 두 극단이 다른 색감으로 공연기획을 했다면 한·일의 절묘한 시대가 그려지고 배우들은 숙성된 풍경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백하룡 각색은 한국사회를 잘 투영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고, 극단 마방진 배우(박주연, 김윤아, 손고명, 최주연, 이혜원, 김명기, 선종남, 김영노) 등은 연출의 신호를 받고 무대를 경쾌하게 질주했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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