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미콘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수수한 건설사 관계자들과 관급 공사장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6일 전남의 7개 레미콘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모 건설사 상무·품질담당 조모(55)·고모(4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광주·전남지역 33개 건설사 직원 61명, 레미콘 업체 대표·직원 28명 등 9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관급공사 현장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 공무원 2명과 공사 직원 1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시멘트 함량을 적게 배합한 레미콘을 규격품으로 속여 제조·공급해 온 전남지역 레미콘 업체 회장 장모(73)씨, 레미콘 배합비율 조작 프로그램 개발자 등 4명도 특경법상 사기·건설기준 진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조씨 등 건설사 관계자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레미콘 업체 직원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8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장씨의 레미콘 회사 법인 12곳 중 1곳은 같은 기간 건설사와 약정한 배합비율보다 시멘트 함량을 15% 가량 줄여 배합하는 방법으로 레미콘 13만㎥(90억원 상당)을 제조·납품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건설사 직원들은 레미콘 업체로부터 "다른 업체보다 납품량을 더 많이 배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레미콘 1㎥당 1000∼1500원씩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 직원들은 또 레미콘을 납품받지 않고 확인서(남품 송장)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거나, 경쟁사보다 먼저 계약해주는 대가로 월 100~200만원씩 리베이트를 수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 직원들은 경찰에서 시멘트 함량을 적게 배합한 레미콘이 납품되는 사실을 몰랐고,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발주한 관급공사장에 납품되는 레미콘의 양과 품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레미콘 회사는 시공사가 요구한대로 레미콘을 생산한 것처럼 허위 자동생산기록지(배치리스트)와 배합 설계표를 작성해 건설사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장 검사 통과용 레미콘을 따로 제조하거나 시멘트 함량을 적게 배합한 레미콘의 비율을 조작해 규격품인 것처럼 속여 왔다. 또 건설 현장에서 품질 시험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으며, 규격 미달 레미콘 생산 뒤 배합 비율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의 불량 레미콘은 전남지역 아파트 5곳, 도로 보수 등 총 180여 곳의 건설 현장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비규격 레미콘의 강도, 시공·보수된 건물과 도로의 안전성을 진단해줄 것을 관할 지자체와 국토교통부 등에 의뢰했다.
경찰은 이 같은 리베이트 요구 행태가 건설업계에 만연된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시멘트 함량이 적을수록 건물 안전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부실 레미콘 업계에 대한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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