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수사관들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피해 여중생이 실종됐을 당시 ‘코드1’(즉시출동)’ 지령을 무시하고 텔레비전(TV)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참과 논의 후 출동하지 않기로 했다”는 서울경찰청 감찰조사 결과 발표와도 배치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9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중랑서 여청수사과 사무실 수사관은 개인용무만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한 명은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한 명은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파티션에 가려져 확인이 되지 않았다.
1분 후인 11시21분 112종합상황실에서 코드1 지령이 떨어졌다. 이때 휴대전화를 보던 직원 한명이 무전기를 들고 “알겠다”고 답변했다. 수사관은 현장에 출동을 했어야 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전기로 연락받은 수사관은 답변 후 바로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봤다. 다른 수사관도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앉아서 계속 TV만 봤다. 파티션 사이에 가려진 수사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의 행동은 다른 사건을 조사하기 전인 오후 11시59분까지 지속됐다.
수사관들이 코드1 발령 후 출동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랑서 여청팀은 서울경찰청 감찰조사에서 “담당팀 순경이 무전을 받았고, 고참인 경위와 논의를 거쳐 출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 의원실 관계자는 “수사관들은 무전을 받은 후에도 동일한 행동을 했을 뿐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수사관들이 TV 보고 스마트폰 보던 그 시간은 여중생을 살릴 수 있었던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다”며 “실종사건에 대한 중랑서의 안이한 대응이 끔찍한 범죄를 막지 못한 만큼 철저한 반성과 재발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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