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의 여파가 사드라들지 않던 이달 9일 컵스카우트(초등학생 보이스카우트 조직) 대원 몇 명은 콜로라도 주 의회 상원의원을 만났다. 대원 중 한 명인 11살 소년 에임스 메이필드는 질문 시간이 주어지자 곧바로 손을 들어 긴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이 폭력 전과자에게도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충격적입니다. 도대체 왜 의원님은 아내를 때리는 사람에게 총기 접근을 허용하십니까?”

2분이 넘도록 미리 준비해 온 질문을 통계와 함께 이야기하던 에임스. 에임스의 질문이 길어지자 선생님은 그를 가로막았다. 이어 “아주 구체적인 질문이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고 운을 뗀 비키 마블 공화당 의원은 당황한 듯 횡설수설 답을 이어갔다.
“나도 총을 쏘고, 내 아들도 총을 사용할 수 있어. 라스베이거스 사건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주 끔찍했던 사건이지만, 그곳은 총기를 보유하면 안 되는 지역이었어. 그건 알고 있었니? 총기가 없어야 하는 공간에서 테러가 일어났지.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야.”
평소 총기 소지를 옹호해 왔던 마블 의원은 “사회가 총기를 더 많이 소유할수록 범죄는 줄어든다는 증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선 “시카고도 총기를 보유할 수 없는 지역인데 그곳은 미국 그 어느 지역보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에임스가 마블 의원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닷새가 지난 14일 에임스의 엄마 로리 메이필드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들이 소속돼 있는 컵스카우트 책임자의 전화였다. 그는 “너무 정치적인 질문이었다. 내가 많이 난처해졌다”며 “이제 에임스는 우리 조직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 거다”고 말했다.
로리는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아들이 마블 의원에게 질문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는데 이 소식이 지역 방송에까지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책임자가 난처해졌을 수도 있다”며 컵스카우트 책임자를 이해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전미 보이스카우트 연맹은 논란이 거세지자 “에임스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그는 이제 다른 연맹에 소속됐다”는 편지를 전했다.

에임스는 19일 ‘콜로라도9뉴스’에 출연해 “상처를 받았다.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원래 컵스카우트 책임자분을 좋아했으나 이런 일이 일어나니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엄마 로리는 “그 어떤 아이도 난처한 질문을 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엄마가 일부러 아이를 통해 정치적 질문을 던진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이가 질문을 프린트하도록 버튼 하나만 눌러줬다”고 해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