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일본 중의원 선거 이후 한·일 관계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수’가 되어버린 북한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국 간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 관계의 가장 민감한 최대 현안인 위안부 합의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북풍몰이’ 도박에 성공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향후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한반도 위기를 재차 강조하거나 위안부 합의를 들먹이며 혐한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높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양국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도, 관계 악화를 예단하기도 어려운 현 상황에서 양국 정부의 상호 간 협조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역시 북한 문제가 걸림돌”이라며 “현재의 북한 문제로 (위안부 합의가) 당장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겠지만, 북한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다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의 동북아 외교관계 및 한·일 관계 정책자문을 역임한 호사카 교수는 “지금은 그 사안(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정부의) 외교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이 진행한) 합의과정에서 한국 쪽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재검증 작업이 이어져야 하기에 재협상이나 개정이 가능한지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쪽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쟁점을 따지면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이 있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일본이 ‘불가역적’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현실에서 한국만의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될 것”이란 조언을 덧붙였다.
안보·통일·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진창수 소장은 이날 국민일보에 “아베 정권이 압승했다고 해서 여전히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좋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단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를 어떻게 메워 나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앞세우는 문재인정부와 ‘제재’를 강조하는 아베 정권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진 소장은 양국 간 가장 민감한 현안인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결론을 내면 일본 정부와의 관계가 어떻게든 재설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총선을 일본 현지에서 지켜본 진 소장은 “문재인정부와 일본과의 갈등 요인이 없음에도 현재 일본의 분위기는 한국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향후 북한 문제에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재협상 또는 개정 여부를 떠나 한국의 방침이 결정되면 일본 정부가 알아들을 수 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하면 서로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소장은 “한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보상 문제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안부 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에 따른 일본의 유네스코 탈퇴 여부도 또 하나의 현안”이라고 지목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같은 날 국민일보에 “일본 총선 이후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은 특별한 변수라기 보단 ‘상수 변수’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북한 위기 공포심 조장으로 선거전을 치렀고, 대북제재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 서 왔기에 대북 강경자세 유지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 자문위원인 양 교수는 “북한 문제 관련 한·미·일 간 시각에도 균열이 커지고 외교적 유연성도 떨어질 우려가 있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관리’해 나가야 할 부하가 커지기 시작했기에 2018년 한·일 관계에 대한 숙제가 주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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