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22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이 압승했다. 사학 스캔들로 추락했던 내각 지지율이 다소 회복되고 야권이 분열돼 있던 사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도박을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승부수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아베 총리의 숙원인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2차대전 패전의 뼈아픈 경험으로 더 이상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들어져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NHK방송에 따르면 23일 오전 2시 현재 연립여당인 자민당(283석)과 공명당(29석)은 모두 311표를 얻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재적 3분의 2 의석(310석)을 넘어섰다. 일본 중의원은 전체 465석(소선거구 289, 비례대표 176석)인데, 연립여당 단독으로 개헌 발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은 중·참의원 양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이 발의되면 이후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아베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뒤 방송에 출연해 “(개헌안은) 여권만 발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많은 찬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개헌 드라이브를 재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단행한 것은 여론 악화로 기존 개헌 세력이 내년 중의원 임기 만료까지 개헌안 발의를 이뤄내기 힘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개헌 세력이 꾸려지면 참의원 임기 만료(2019년)까지 시간을 1년 더 번다. 이 사이 아베 총리는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려 개헌 야욕을 달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압승은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 때문이 아니라 야권의 분열 덕분이다. 대다수 선거구에서 야권표가 분산되면서 당초 자민당 내에서도 어렵다고 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곳이 많다.

지난 7월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참패를 안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희망의당을 만들어 선거판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선거가 ‘아베 대(對) 고이케’의 팽팽한 대결로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고이케는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본인이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서지 않은 점과 기존 제1야당 민진당 내 진보파를 흡수하지 않은 것이 패착으로 지적된다. 배제된 진보파는 입헌민주당을 만들어 선거에 나섰고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이번 투표율은 53.60% 안팎으로 역대 가장 낮았던 2014년 선거 투표율(52.66%)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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