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 감독은 지난 2014년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국내 재능기부 활동과 더불어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이른바 ‘라오스 프로젝트’에 본격 나섰다.
‘라오스 프로젝트’란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해 국민들에게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지게 하는 일이다.
이 전 감독은 라오스 정부와 함께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라오스 야구협회까지 설립하는 등 지난 3년 동안 라오스 야구 부흥에 전념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라오스 야구협회까지 창립이 됐지만 아직 라오스에는 야구장이 없다.

즉, 라오스에는 야구장 없는 야구선수들만 있을 뿐인 셈이다. 선수들은 주중에 실내 연습장 수준도 안 되는 작은 야구센터에 모여 연습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이라기보다는 놀이에 더 가까운 미니훈련만 소화하고 있다.
주말에만 두 시간씩 축구장을 빌려 라인을 긋고 그나마 제대로 된 훈련을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생활이 벌써 햇수로 4년째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 전 감독이 지도하는 라오J 브라더스팀은 아시아 5개국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국-라오스 국제야구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야구인들은 이를 두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라오스 정부에서는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라오스 국립경기장에 위치한 스포츠 종합시설단지(한국으로 치면 잠실종합운동장) 내 부지 2만1000평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라오J브라더스(구단주 이만수)측에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라오스 정부는 부지만 무상 제공하는 것이지 건축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건축비는 전적으로 대한민국 측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라오스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건축비용을 요청하는 것이었지만 결국엔 대한민국을 대표해 이 전 감독 개인이 건축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전 감독으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전 감독은 그동안 여기저기 문을 두드려봤지만 쉽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한민국 정부의 해외 원조사업을 통해 건축비를 지원을 받고자 불철주야 서류를 준비해 접수했다.
이 전 감독이 정부에 제안한 기획안 내용은 ‘라오스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대한민국 측에서는 네 경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는 4면 야구장으로 지어주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무모한 도전이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었지만 한국과 라오스에서 밤낮으로 서류를 준비해 라오스 3개 부서 장관(교육체육부, 외교부, 투자기획부)의 허락과 요청서를 받아 주 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대한민국 외교부와 문체부로 전달됐다.
이 기획안은 우리 정부 문체부와 외교부의 승인을 단계별로 통과했지만 최근 최종 심사 과정인 기재부 심사에서는 끝내 탈락하고 말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이 전 감독의 실망도 컸다.
라오스 야구협회도 창설되고 국가대표도 선발해 곧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야구장 건립은 더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다급해진 이 전 감독은 최근 라오스를 다녀왔다. 라오스 정부에서 제공하기로 한 야구장 부지는 거친 풀들이 자라 점차 밀림처럼 변해가고 있었지만 라오스 정부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야구장 건설을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 감독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반드시 야구장을 건설하고 야구를 통해 수많은 라오스 사람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이 전 감독은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던 ‘Daum 스토리 펀딩’을 통해 무려 3000만원을 기금을 모았다.
[라오스 야구장 건설 스토리펀딩]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3168

이 전 감독은 “스토리 펀딩을 통해 많은 분들께서 십시일반 모아주신 정성을 절대로 잊지 않고 있다”며 “이 후원금은 향후 반드시 라오스 야구장 건설에 귀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우리 정부의 지원을 통해 야구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고 다시 아무 백지상태로 돌아왔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야구 불모지였던 라오스에 이제 막 뿌리내리고 있는 야구와 야구장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며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야구장 없는 라오스 야구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Never 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말자!)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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