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이모(35)씨가 사건 발생 2주전부터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에게 보내는 ‘셀프카메라’ 형식이었다.
7일 현재 ‘어금니 아빠’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는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총 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어금니 아빠’는 희귀난치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으며 어금니만 남은 이씨의 별명이다. 프로필에는 이씨의 사진이 등록돼 있고, 영상에서도 이씨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게시된 영상에는 아내와 자신의 영정사진을 나란히 놓고 제를 올리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이씨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장문의 글을 덧붙였다. 이후 딸의 어린시절을 찍은 영상이 올라왔고, 아내의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 부르는 영상이 3개 연달아 게시됐다. 이씨는 “아내가 그날 제게 불러달라고했던 노래”라며 “매일 아내 영정사진을 보며 불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딸 친구인 A양(14)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날짜는 지난달 30일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약 2주전부터 이씨가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씨가 아내를 그리워하는 영상을 굳이 유튜브에 올린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슬픔에 빠진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씨는 지난 5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서 체포됐다. 검거 당시 그는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와 딸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고, 정신을 되찾은 이씨로부터 A양의 시신 유기 장소를 확인했다. A양의 시신은 이튿날인 6일 오전 9시쯤 영월 야산에서 발견됐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 외에도 ‘동영상 유서’를 남겼다. 지난 2일 자신의 딸과 차량 안에서 촬영한 것이다. A양의 시신을 유기한 후 딸과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이 영상에서 ‘내가 자살하려고 둔 약을 B양이 모르고 먹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A양의 죽음이 사고임을 강조했다. 또 ‘A양이 죽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건 직후 이씨가 운영하던 개인 홈페이지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딸에게 미안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따라가겠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이씨의 형이 대신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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