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열흘인 올 추석 황금연휴, 공연 한 편 안 보고 지나가기엔 아쉽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에서부터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공연, 평소 놓쳤던 인기 명작까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 할인과 이벤트를 알차게 차려놓은 공연도 있다. 일상에 지쳐 그동안 누리지 못한 문화생활을 하면서 잠시 잊고 지내던 것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공연
언제든 곁에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가족. 이런 생각 탓인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흩어지는 날까지 서로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지난 27일 막 오른 연극 ‘하다 만 말’(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족의 낯선 뒷모습을 다룬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낭만은 무엇인지,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때론 유쾌하게 때론 쓸쓸하게 풀어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작품을 계기로 가족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좋겠다.
29일 시작한 연극 ‘사랑해요 당신’(대학로 예그린씨어터)은 45년간 같이 산 부부 이야기다. 마음과는 다르게 가족들에게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서 변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4월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재연에서는 이순재 장용 배우가 남편 ‘한상우’ 역, 오미연 정영숙 배우가 아내 ‘주윤애’ 역을 맡아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뮤지컬 ‘어른동생’(대학로 세우아트센터)을 보는 것도 좋겠다. 6일 개막하는 이 작품은 ‘한국출판문화상’ 대상을 받은 송미경 작가의 동화집 ‘어떤 아이가’가 원작이다. 어른스러움과 아이다움은 어떻게 다를까. 이 작품은 이런 어려운 질문에 유쾌한 음악과 아기자기한 무대로 답한다.
대명절, 전통 분위기의 공연
민족 대명절에 맞춰 전통 공연도 다채롭다. 국립국악원은 7일 ‘토요명품공연’에서 민요 농악 창작음악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국악원 소속 예술단체 4곳이 특별 마련한 이번 공연엔 해금산조 향발무 경기민요 설장고 등 수준 높은 무대를 준비했다. 전통 가락에 어깨춤을 추며 한가위 흥을 돋울 수 있겠다. 추석 당일과 이튿날인 4~5일 국악원은 윷놀이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4일 전북 남원에서 민요 ‘팔월가’ ‘풍년가’ ‘옹헤야’ ‘농부가’ ‘방아타령’과 판소리 ‘춘향기 중 사랑가’, 특별공연 ‘북청사자놀음’ 등을 선보인다. 7일엔 어린이들이 직접 동물 소리를 내고 주제가를 따라하면서 극에 참여할 수 있는 가족 국악뮤지컬 ‘제비씨의 크리스마스’를 계획했다. 36개월 이상 어린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4일 연악당에서 전통놀이 공연 ‘한가위’를 준비했다.
전통 공연은 아니지만 우리 소리와 전통 악기의 매력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녹아낸 뮤지컬 ‘서편제’(광림아트센터)도 볼만하다. 극 중에서 소리와 현대가요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삶의 길을 방황하는 관객이라면 소리꾼의 길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고뇌하는 인물들을 통해 긴 연휴 동안 삶을 생각할 시간을 얻을 것이다. 4일엔 북 트레이너 전계열 고수와 정소리 배우에게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와 북치는 법을 배우는 특별 이벤트도 있다.
평소 놓쳤던 화제의 공연
대형 공연장들은 평소 바빠서 못 봤던 명품 공연을 연휴 기간 몰아 볼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극장은 3일부터 8일까지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실황 상영 프로그램 ‘NT Live’를 내놓는다. ‘프랑켄슈타인’ ‘워 호스’ ‘헤다 가블러’ 등 연극계 화제작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세계 연극계의 최신 동향을 1만5천원(S석) 2만원(R석)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난다. 이밖에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도 추석 특별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차렸다.
올 화제작과 인기작을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말자. 인터파크 티켓은 9일까지 ‘황금연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최정상급 배우들과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창작 뮤지컬 ‘벤허’(충무아트센터)와 뮤지컬 스타 홍광호 주연의 초연 뮤지컬 ‘시라노’(LG아트센터)는 연휴 기간 최대 50% 할인한다. ‘레베카’(블루스퀘어) ‘헤드윅’(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나폴레옹’(샤롯데씨어터) 등도 할인을 진행한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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