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단 소속 중령이 음주 순찰을 한데다 초소 근처에서 실탄까지 쏴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국방부로부터 이런 내용의 감사관실 조치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육군 17사단 3경비단장 A중령은 지난 6월 한밤중에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의 인천 영종도 해안 초소를 방문했다.
그는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에게 근무용 K2 소총의 탄창 구성을 물었다. 병사는 “공포탄 2방, 예광탄 3발, 보통탄 12발이 들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A중령는 “공포탄 2발은 빼라”고 지시했다.
이후 A중령은 병사에게 총기를 건네받고는 초소 앞 바위를 향해 연이어 3발을 발사했다. 주변에 혹시 민간인이 있는지 잠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총기를 발사했다. 병사에게는 쓰고 있던 방탄모를 벗어 소총 옆으로 튀는 탄피를 받아내도록 시키기까지 했다.
A중령의 갑작스런 일탈은 자기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에게도 소총을 건네며 “너도 한번 이런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냐. 초소에서 총을 쏠 기회는 거의 없다”며 사격을 재촉했다. 지휘관의 갑작스런 명령에 초소를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각각 실탄 3발, 2발씩 총 5발의 총알을 낭비했다. 그 과정에서 탄피 1개가 분실되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 중 한 명은 A중령이 쏜 탄피를 받기 위해 방탄모까지 벗고 있었다.
A중령은 무책임했다. 분실된 탄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초소를 떠났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같은 경비단에 근무한 여러 간부가 국방부에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A 중령은 군 조사에서 “맥주 2잔밖에 안 마셨고, 작전 태세 점검 차원에서 사격 훈련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고 고백했다. A중령의 주장과 달리 목격자들은 그가 만취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수도군단은 지난달 A중령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보직 해임과 감봉으로 징계를 정했다. 이 의원은 “경비단 지휘관이 음주 순찰을 하다 실탄을 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으로, 초병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당국이 뒤늦은 경징계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키고도 A중령은 오는 10월 대령으로 진급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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