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하천 둑에서 알몸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범행을 저지를 때 그의 여자친구도 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청주 흥덕구 옥산면 하천변 농로에서 C씨(22·여)를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A씨(32)에 이어 여자친구인 B씨(21)에게도 살인죄가 적용됐다고 28일 밝혔다.
B씨는 당초 경찰조사에서 “남자친구가 무서워 말리지 못했다. 그래서 신고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해 살인방조 혐의만 적용됐다. 그러나 추가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B씨가 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남자친구가 C씨를 둔기로 폭행할 때 손과 발을 사용해 10여대를 함께 때렸다”며 진술을 번복해 ‘살인’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C씨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 여자친구를 험담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 험담의 내용은 A씨가 C씨의 세 살 딸을 괴롭혔다는 것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본래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C씨에게 A씨는 딸을 돌봐줄 정도로 가까운 오빠였고, B씨는 같은 동네에서 15년을 함께한 친자매 같은 동생이었다.
C씨는 19일 사건 당일 친 가족처럼 가깝던 이들이 함께 갈 곳이 있다며 차에 탈 것을 요구하자 아무 의심 없이 차에 올라탔다. 사건 현장에서 잔혹한 폭행 끝에 C씨가 의식이 희미해지자 둘은 C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지시했다. 성범죄로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C씨가 스스로 옷을 벗고 알몸상태가 되자 이들은 그를 추가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C씨의 시신은 살해된 지 4시간 뒤 길을 가던 마을 주민에게 발견됐다. A씨와 B씨는 강원도 속초로 달아났다가 20일 오전 1시10분쯤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A씨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C씨를 데려가 살해했고 도주가 용의주도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9일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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