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정진석 자유한국당의 ‘막말’ 논란 이후 정치권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치르는 중이다.
앞서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사망을 “부부 싸움 끝에 권양숙씨는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정 의원은 “최대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또 무슨 궤변인가”라며 이같이 썼다.
정 의원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장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은 성역인가?”라며 대신 방어에 나섰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온 정부에 적폐 TF를 만들어 과거청산을 외치며 연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통성마저 흔들어 댄다”며 “문재인정부는 그렇게 과거를 저격해야 정권이 유지되고 그 알량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요”라고 썼다.
이어 “보수진영 대통령들은 마치 나쁜 짓을 하려고 정권을 잡은 양 무차별 조롱을 해대며 구악의 상징으로 만든다”면서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노’자만 꺼내면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의 죄를 지은 양 발끈하고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난리를 친다. 노무현 대통령은 성역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같은 날 조 교수는 페이스북에 “(장 의원은) 한때 호감을 가졌던 정치인이라 이번 글을 보며 실망이 크다”며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장제원 의원은 정치탄압이란 것 받아보지 못한 사람 같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반대자에게 특혜를 베풀었을지언정 탄압이란 걸 하지 않았으니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것 당연한 일”이라고 썼다.
이어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문화·언론 등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지난 9년간 수많은 정치인, 연기자, 개그맨들이 취업은 물론 연기나 방송출연이 불가능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국가의 안위를 위한 정보활동에는 무능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혹은 전직 대통령을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건전한 시민을 탄압하고 벌금형에 처하고, 옥에 가두고,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이걸 덮어야 우리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노 전 대통령이 성역인가’라는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무조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막는 게 아니”라며 “허위왜곡 마타도어에 시민들이 분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음날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 교수의 글을 재반박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군사정권이었냐.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건전한 시민을 탄압하고, 옥에 가두고 없는 죄를 만드느냐”며 “(이는) 증오에 찬 허상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노무현 대통령 상여를 부여잡고 한풀이 베이스캠프로 삼는 것은 중단해달라”며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못된 짓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이제 편하게 보내드리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조 교수는 “장 의원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분이라 생각했던 제가 어리석었다”며 “동문서답, 적반하장을 몸소 실천하는 자유한국당 일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김규리씨가 국정원의 댓글에 시달려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며 “(장 의원은)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 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정권을 비호하며, 그런 사실을 지적한 내가 마치 노대통령을 불러낸 책임자인듯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내 공격하고 있다. 지금 이명박정부의 비리폭로는 국정원에서 나오고 있고 희생자들이 증언하고 있는데도 그렇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을 편히 보내드리라’는 장 의원의 발언에는 “과거 위기 시에 늘 그랬듯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생명의 동아줄처럼 붙들고 나와 매달리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당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논리로 뒤덮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법”이라며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을 그 입에 담지 말 것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 의원은 26일 오전 또 한 번 페이스북에 반박글을 쓰며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동시에 현실정치로 끌어들인 분은 박원순 시장”이라며 “비난은 박원순 시장께 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담지 말라’는 조 교수의 발언에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칭찬할 수도 비판할 수도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있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척 교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 탓하고 정치보복 운운 할 게 아니라 먼저 대통령을 잘못 모신 여러분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깊이 반성하시고 자중하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임정부보다 반듯하게 깨끗하게 반칙하지 않고 잘해서 국민들로 부터 성공한 정부의 모델로 칭찬받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여러분들이 그렇게 싫어하고 증오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진정한 보복”이라며 “훗날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보복이 없는 그런 나라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썼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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