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어 남경필 경기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사건까지 겹쳤다. ‘자강파’로 분류된 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남 지사는 19일 오전 10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남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모든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제 아이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는 바른정당에도 악재다. 남 지사는 이날 “당에도 이 문제가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당 입장에서는 타격을 많이 입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남 지사는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과 함께 바른정당의 ‘간판’이다.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와 제주지사 자리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로 남 지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경우 이를 장담할 수 없다.
바른정당은 최근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여성 선출직 대표로 당선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 안팎의 퇴진 요구에 따라 지난 7일 사퇴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며 존재감을 살리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인 바른정당은 큰 내상을 입었다.
이 전 대표 사퇴 이후 바른정당은 자강파와 통합파로 나뉘어 조기 전당대회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의 통합파들은 자강론자로 꼽히는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막아내며 조기 전당대회를 이끌어냈다.
독자 생존을 강조했던 이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보수진영 통합론’을 주장하는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 상태로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룰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합 대상 1순위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당권 경선 과정에서부터 줄곧 바른정당을 ‘기생정당’이라 부르며 흡수통합론을 전개했다. 최근 연세대 특강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 질문에 대해 “(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3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이 쏘아지고 그 길이 열린 것”이라며 “바른정당 내 뜻 있는 의원들과의 통합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한 포럼 강연에서 “당과 개인보다는 선국후사(先國後私)의 큰 그림을 보고 보수 우파가 대결집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