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공사대금에 회삿돈 수십억을 끌어다 쓴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9일 경찰에 출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7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도착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회삿돈 30억원 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나' '직접 지시했나, 부인이 지시했냐'는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조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 자금을 유용한 경위, 회삿돈 횡령 관련 지시·묵인 여부 등에 관해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특히 회삿돈으로 자택 공사대금을 지출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자금 유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비슷한 수법으로 계열사 돈을 추가 유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영종도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신축 공사비에서 약 30억원을 빼돌려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7일 대한항공 본사와 칼호텔네트워크를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여러 명을 불러 조사한 뒤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8월 16일 구속했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오너일가의 공사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하는 과정에 조 회장의 부인 이모씨 등 가족들도 개입하거나 보고받는 등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오너 일가에 대해서도 소환 대상과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조 회장의 부인이자 일우재단 이사장인 이씨가 자택 공사대금을 계열사 돈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부인에 대해서도 금명간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조 회장과 부인 이씨에게 각각 지난달 24일과 25일 소환을 통보했지만 조 회장 측은 건강상 이유로 출석 날짜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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