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브랜드 구찌가 최근 할렘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 대퍼 댄과 협업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할렘으로 간 구찌"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일이다. 최근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것에 버금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백화점 쇼윈도 안에서만 명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는 일이기도 하다.
구찌의 이번 협업은 명품과 동떨어진 '뒷골목' 출신과의 작업이라는 점 말고도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구찌는 대퍼 댄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다. 지난 5월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8년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에서 선보인 밍크 재킷 한 벌이 문제였다. 대퍼 댄이 1989년 미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육상선수 다이안 딕슨을 위해 만들어 준 재킷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퍼 댄이 제작한 모피 소재의 재킷은 팔 부분을 크게 부풀린 것이 특이했다. 팔 부분은 루이비통 로고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일명 '로고 원단'이 사용됐는데, 이것은 짝퉁 원단이었다.
네티즌들은 구찌가 루이비통 로고를 구찌 로고로만 바꾼 채 베꼈다고 비아냥댔다. 원작이 '짝퉁 원단'을 사용한 것을 언급하면서 "짝퉁을 또 표절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대퍼 댄의 옷을 입었던 다이안 딕슨도 인스타그램에 원작을 베낀 것을 꼬집었다.

표절 논란이 인터넷을 뒤덮자 구찌는 "표절이 아닌 오마주였다"고 해명했다. 대퍼 댄은 침묵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구찌는 대퍼 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얼굴을 붉혔던 과거를 잊고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민 '대인배'다운 면모에 오히려 찬사가 쏟아졌다. 다이안 딕슨도 인스타그램에 "대퍼 댄이 구찌와 공식적으로 일하게 됐다"면서 반가워했다.

대퍼 댄은 구찌가 10월부터 캠페인성으로 진행하는 남성복 광고의 모델이 됐다. 대퍼 댄은 미리 공개된 화보에서 할렘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줬다. 소화전을 피해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 할렘의 명소인 아폴로 극장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대퍼 댄은 그 앞에서 구찌의 양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대퍼 댄은 내년 봄부터 판매되는 구찌 '캡슐 컬렉션'에도 참여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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