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

Է:2017-09-05 17:43
:2017-09-0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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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부터 <파우스트>까지… 고전과 함께 ‘인생책’을 만나는 청소년 독서토론 길잡이

“뭐?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나와 독서토론을 계속한 아이들이 있다고?
그 무섭다는 중2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고?
설마, 『파우스트』를 제대로 읽은 학생이 있겠어?
『파리대왕』을 읽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말이 생겼다고?
성적이 계급을 결정한다더니 『멋진 신세계』를 읽고 생각을 바꿨다고?”


책을 읽는 청소년들의 놀라운 토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신간이 나왔다.

현직 교사가 중·고등학생이 된 초등학교 제자들과 함께 <앵무새 죽이기> <그리스인 조르바> <파리대왕> <기억 전달자> <식탁 위의 세계사>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등 고전과 현대문학, 비문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을 키운 독서토론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독서토론 심화 과정으로 나아가고픈 교사들에겐 독서토론의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청소년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꿈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픈 학부모에겐 진로독서 책으로, 주입식 교육의 정해진 답을 벗어나 창의적으로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을 기르고픈 10대에겐 생각을 넓혀줄 입문서 제격이다.

본격적인 토론 이야기에 앞서 저자 권일한은 20여 년의 독서토론 ‘내공’이 쌓인 교사답게 독서토론을 풍성하게 이끌기 위한 조언과 자신의 실패 사례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초등과 중등 독서토론에서 다르게 적용해야 할 부분, 이렇게 했더니 실패했다는 뼈아픈 교훈, 독서반에서 다룬 책 55종 목록은 현장에서 독서토론을 오래 지도한 교사가 줄 수 있는 유용한 팁이다.

저자에 따르면 처음 독서반을 시작했을 때는 시험문제 내듯 단답형 질문들이 많았다.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단답형 대답은 토론을 이어갈 수 없었다. 서술형 질문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뻔한 질문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독서토론 연수에 참여해도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저자는 대한민국 독서토론 대회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질문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웠다.

“아래에 소개하는 질문 만드는 방법은 내 경험에서 나왔다. 이론으로 입증되진 않았지만 실제로 토론할 때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토론자의 수준과 경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책 19쪽)”

“찬반토론을 할 때는 상대방 주장과 설명을 더욱 잘 들어야 한다. 찬반토론을 하는 까닭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쳤는지 확인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찬반토론이 인격과의 만남이 아니라 이겨야 하는 게임이 돼버렸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듣지 않고 결과만 따지면 찬반토론에서 이긴다고 해도 실패나 다름없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건 함께 토론한 상대방의 의견이건 듣지 않는 토론은 실패이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나와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이다. (책 32쪽)”

“대화법을 배워두어도 도움이 된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듣는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묻는 능력을 갖추면 토론을 잘 이끌 수 있다. 또한 학생이 감정에 북받쳐 말할 때 다른 이야기를 할지, 끝까지 말하도록 덤벼들지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도 도움이 된다. (책 34쪽)”

책은 제1부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인생책’으로 뽑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편견에 맞서는 용기를 갖게 한 <앵무새 죽이기>로 토론한 내용을 담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혼자서 읽고 온 아이들은 별로 감동한 기색이 없었고 마음에 드는 문장도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과 좋은 문장을 나누고, 책 주인공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토론 과정을 거치자 아이들은 비로소 책의 가치를 발견했다. 주인공의 가치관과 현대인의 가치관을 비교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글까지 써냈다. 아이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저자도 인간을 존귀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아이들을 보며 토론 시간을 뿌듯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없다고 한다. 학생들은 문장을 읽을 줄 모른다. 책에서 줄거리만 읽으면 다 읽은 줄 안다. 그러면 문장이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에 밑줄 긋고 뜻을 받아쓰며 외우는 교육을 받으면 문장의 가치를 잘 모른다. 감동한 책이라고 해도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작가가 의도를 담아 쓴 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책 54쪽)”

“책 속 원주민과 백인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토론했다. 둘째 시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활동이다. 땅, 사냥, 금주법, 교육, 일하는 목적, 돈, 물건, 죽음에 대해 원주민과 백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 찾아 적고 함께 나누었다. (책 59쪽)”

“인생의 진짜 가치는 어디에서 올까? 무엇이 인간을 존귀하게 만들까? 학생들도 소유 방식으로는 진정한 만족을 누리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무작정 공부만 하기에 앞서 왜 사는지 고민한다. 더 공부하고 잠이라도 잘 시간에 친구들 안 읽는 책 읽고 토론하며 글 쓰는 까닭은 우리 안에 가치를 찾고 싶은 존재방식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책 67쪽)”

“하지만 우린 그들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판단에 갇혀 더 이상 어떤 경험도, 판단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언젠간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알아내려 노력하는 학교 안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이론의 틀에만 박혀 공부하는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교육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책 71쪽 토론 후 중2 이가진 학생이 쓴 글 중에서)”

제2부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학교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로 토론한 과정이 각각 펼쳐진다. 꿈, 현실, 교육, 사회에 대한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은 아이들은 우리나라 대입제도와 교육 구조를 비판했고,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은 전교1등 학생은 성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전했다. 책마다 내용 파악, 독서토론, 글쓰기, 글 고치기 이렇게 4주 과정을 거치는데, 저자가 어떤 질문으로 어떻게 대화를 이끄는지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또한 독서토론 이후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혼자 읽기가 아닌 더불어 읽기가 왜 필요한가를 느끼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앞지르기 위한 목적만으로 달리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경고한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뛰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스프링벅처럼 하지 말라고 한다. 전교 1등 하는 독서반 학생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라고 글을 썼다. 1등에 오른 학생도 성적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싫다고 한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자. 부모와 자녀가, 교사와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며 성적과 시험과 성공이 아니라 양심이 깨끗한지 더러운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다른 세상을 꿈꿔보자. 성적을 높이기 위해 달리는 것보다 함께 꿈을 꾸며 토론하면 다른 세상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책 113쪽)”

“키팅이 과연 무엇을 가르쳤는지 이야기하고 키팅에게 배울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세 명 중 두 명꼴로 ‘대학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배우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학생들이 키팅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키팅이 무엇을 가르쳤을까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책을 읽고 감동해 눈물 흘리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다시 살펴보니 키팅은 잠깐의 추억만 남겨주고 쓸쓸하게 학교를 떠났다. (책 124쪽)”

제3부에서는 <파리대왕>, <멋진 신세계>, <기억 전달자>로 우리 시대를 분석하고 현실을 비판했던 토론을 다룬다. <파리대왕>에는 상징적인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읽기엔 쉽지 않은 책으로 상징을 이해해야 글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책에 등장하는 것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먼저 갖는다. 이어서 윌리엄 골딩이 왜 이 책을 썼을지, 등장인물 중에 누가 마음에 드는지, 주변 인물 중에 닮은 사람이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국가 권력과 국민의 관계가 어떠한지’ 토론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회를 고민하게 하는 토론의 힘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이 자기만의 눈으로 『파리대왕』을 읽는 걸 보고 놀랐다.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끈다면 학생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파리대왕』과는 먼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여전히 무인도에 도착한 아이들 수준인 것 같아 답답했다. (책 168쪽)”

“멋진 미래를 만들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고기를 던져주는 잭과 구조를 위해 함께 땀을 흘리자고 요청하는 랠프 중에 누구를 지도자로 뽑는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짐승에게 제물을 바치면서 현실을 회피하면 안 된다. 사이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움에 맞서면 세상은 점점 멋지게 변할 것이다. 골딩이 왜 『파리대왕』을 썼는지, 유토피아를 만들 거라던 인간의 본성이 왜 『파리대왕』에 재물을 바치는 짓을 하는지 생각하며 글을 썼다. (책 170쪽)”

제4부에서는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파우스트>로 토론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시나 첫 시간에 모인 학생들은 일곱 명이 읽어 오지 못했고, 끝까지 읽은 세 명도 중간 이후부터는 그냥 글자만 읽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한 책을 4주 토론하지만 <파우스트>는 5주를 해야 했다. 저자는 이렇게 읽기 어려운 고전은 쟁점을 내세워 찬반토론을 하라고 조언한다. 논제에 따라 토론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내용을 이해해 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첫 시간에 파우스트가 한 일을 함께 찾아가며 줄거리를 요약한 후 다음 시간까지 책을 다시 읽어오도록 지도했다. 둘째 시간에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를 비교하고 셋째 시간엔 팀을 나눠 발제문을 썼다. 넷째 시간에 드디어 토론을 시작했다. “메피스토의 유혹은 파우스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논제로 찬성 측과 반대 측을 나눠 교차쟁점 찬반토론을 진행한 과정은 굉장히 흥미롭다. 주장과 반론, 재반론을 펼치는 토론 수업을 읽다 보면 정말 청소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하기까지 하다. 책에서 실제로 아이들이 썼던 발제문과 선생님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 쟁점 토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현장 교사와 학부모, 학생 독자에게 현실감 넘치는 조언이 가득하다.

“줄거리를 이해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때는 학생들이 계속 질문했다. 학생들이 대답을 주고받으며 의논할 때 나는 침묵했다.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하게 하려면 교사가 입을 다물 때를 알아야 한다. 교사가 말하려는 유혹을 이겨내면 학생들이 예상치 못한 배움의 공간에 들어간다. (책 226쪽)”

“찬성 측 최종변론을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나는 동현이가 다음에 나올 가진이의 글처럼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말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글은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동현이와 가진이는 같은 편이다. 가진이가 쓴 최종변론을 동현이에게 참고하라고 주었지만 동현이는 자기가 쓴 글을 읽었다. 가진이는 남학생이 자기 의견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지만 감탄하며 대단하다고 반응했다. 논술을 쓸 때 대부분 본론 내용을 요약해서 결론을 쓴다. 이미 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식상해지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찬성 측 최종변론은 모험이다. 이 모험이 탁월한 내용을 낳았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책 242쪽)”

“토론을 마치고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논리가 얼마나 얄팍한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글을 쓸 때는 증거와 설명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면 차분히 증거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성장’과 ‘유혹’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므로 논제에서 다루는 낱말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실감했다. 아직 어설프지만 학생들도, 나도 많이 배웠다. (책 246쪽)”

저자는 논술을 쓸 필요가 없는 초등학생이 논술학원에 다니고 논술을 꾸준히 써야 하는 고등학생은 잠깐 논술 쓰는 기술만을 배우는 현실을 슬퍼한다. 사고의 발달 과정에 따라 차근차근 접근하지 않고 갑자기 들이밀며 결과만 생각하는 논술은 진짜 논술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논술을 배우고 자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식탁 위의 세계사> <10대와 통하는 땅과 집 이야기>로 토론한 뒤 논술문을 작성한 사례가 펼쳐지는 제5부에서 그 까닭을 들을 수 있다.

이어지는 제6부에서는 책 서너 권을 읽고 한 가지 주제로 통합하여 글을 쓰는 통합논술 쓰기를 연습한다.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 대비해 진행한 논술 훈련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여러 권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숲을 보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통합논술을 위한 대상도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주제를 제시할 것인지, 논술문을 작성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저자의 보석 같은 조언들이 이어진다.

“초등학생 자녀가 책, 특히 동화책을 많이 읽으면 부모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어서 계속 소설을 읽으면 책 그만 읽고 공부하라고 한다. 소설가 될 것도 아니면서 시간 낭비한다고 꾸중한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다른 길을 찾아보라 한다. 자기소개서와 논술을 따로 연습시키면서도 책을 읽는 건 말린다. 문학과 논술이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 256쪽)”

“상을 받고 안 받고는 중요하지 않다.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가 상을 노리겠지만 너희는 다른 목적으로 가야 한다. 생각이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가 귀하다. 토론하면서 눈이 열릴 거다. 독서논술 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라고 말한다. 대회가 끝나고 돌아올 때 학생들은 늘 토론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논술을 어떻게 썼는지 말한다. 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무얼 얼마나 느꼈는지 말한다. 이번 장에서는 2014~2016년까지 열린 제13회, 14회, 15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통합논술을 쓴 과정을 소개한다. 통합논술을 쓰는 기술보다 전체를 바라보는 눈에 집중하길 바란다. (책 345쪽)“

“나도 『사이렌』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뻔한 줄거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이상하게 끝나서 당황했다. 토론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폭발했다. 새로운 질문이 계속 떠오르며 온갖 이야기로 이어졌다. 학생들과 함께 읽지 않았다면 『사이렌』은 책꽂이에서 다시 나오지 않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소감을 나눈 뒤 이 책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한 문장으로 썼다. 개인이 내려야 할 결정을 사회가 대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책 356쪽)”

“동현이는 사회적 약자 우대 정책과 다수의 사람과 국가의 노력이라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의견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논증하지 않았다. 설명과 예시를 들어 설득하지 않으면 <라>의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흑구와 〈만종〉의 농민들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가 불평등을 느끼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시해야 문제 해결력을 갖춘 글이다. 따라서 동현이의 글은 창의적 사고력은 뛰어나지만 문제 해결력이 부족하다. (책 377쪽)”

* 저자 소개

교사 권일한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어요. ‘나는 절대로 술을 먹지 않겠다.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동네였어요. 술병은 수도 없이 봤지만 책이 있는 집을 본 기억이 없어요. 공부와 관련된 장소가 하나도 없는 동네였어요. 대학에 가서야 도서관에 처음 갔어요. 책이 가득한 곳에 들어갔는데 냄새가 무척 좋았어요. 희미한 곰팡내가 묵직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었어요. 그 냄새 안에 사람들의 고민, 슬픔, 아픔과 소망, 사랑, 웃음, 희망, 믿음이 들어 있었어요. 삶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고, 곁에 있는 사람을 살피게 되었어요.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여기 시골에 있는 아이들에게 내가 도서관에서 느낀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서관도 있고 학원도 있지만 책에서 묵직한 냄새를 맡는 아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토론을 했어요. 토론하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이 무척 좋아서 적어놓았는데 토론 책까지 내게 되었네요.
처음엔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다 2011년부터는 중고등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했어요. 초등학교에서 함께 책을 읽던 아이들이 책 읽는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어 했거든요.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읽은 책의 세상에 제가 풍덩 빠져버렸어요. 학생들이 펼쳐내는 생각이 새롭고 놀라워 함께 배웠어요.
책이 좋아서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이야기』를, 아이들 글이좋아서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를, 토론이 좋아서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을 썼습니다. 성경에 빠져서 『성경을 돌려드립니다』도 썼습니다."
<10대를 위한 행복한 독서토론>의 저자 권일한 교사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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