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대 상황에서 벌어지는 무력 대응의 수위는 ‘군사적 압박(pressure)’ ‘군사적 행동(action)’ ‘군사적 공격(attack)’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공격은 적에게 직접 타격을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압박은 적을 겨냥해 실시하는 군사훈련 등 시위에 더 가깝다. 그 중간 지점에 ‘군사행동’이 있다. 북한은 이미 이런 행동을 했다.
지난달 29일 북한은 북태평양을 향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도록 했다. 당시 홋카이도에는 피난 경보(J-얼럿)가 발령됐고, 일본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직접 타격하진 않았지만 상대의 공포와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는 행위였다. ‘압박’을 넘어섰지만 ‘공격’에는 미치지 않는 ‘행동’에 해당한다.
이런 도발에 맞선 한국 정부의 대응은 공군 F-15K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 MK-84 폭탄 8발을 투하하는 것이었다. 미국도 이틀 만에 B-1B 전략폭격기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를 한반도에 파견해 강원도에서 총 18발의 폭탄 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도발보다 대응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여전히 ‘압박’에 머무는 훈련 수준이었다.
그러자 미국에선 군사행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군사적 공격은 아니지만 군사적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동해의 공해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평양 상공을 가로질러 서해의 공해상에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도록 IRBM을 발사한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언급한 것이었다.
평양 상공을 지나는 토마호크 발사는 ‘공격’에 미치지 않지만 단순 훈련을 통한 ‘압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차원이 다른 대응책이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이 점점 현실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일 감행한 6차 핵실험은 올 들어 나온 도발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 북한 스스로 ‘핵무력 완성 단계’라고 주장할 만큼 임계치에 이르렀다. 한·미는 그에 맞서 ‘최고강도의 군사적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창의장은 3일 긴급전화통화를 갖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군사적 대응 방안 준비해 시행키로” 합의했다.
양국 군 실무진은 군사대응 조치의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4일 “기존처럼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전개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사 압박’ 수준을 넘어서는 ‘군사 행동’의 가능성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지난 5월 미국이 북한을 향해 토마호크 300발을 겨냥하는 등 포위망 구축을 거의 완료했다고 보도했었다. 한반도 근해에 항모전단과 핵잠수함을 전개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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