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발 → 제재 → 더 강한 도발'의 악순환이 다시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북한의 '일본 상공 IRBM' 도발에 미국이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며 기조 변화 조짐을 보이자 김정은은 인공지진 규모 5.6의 역대 최대 규모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ICBM에 탑재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반도 위기는 끝이 어디냐는 듯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 '수소탄두' 공개 직후 핵실험… 기습적, 이례적
일본은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감지된 규모 5.6의 인공지진파를 핵실험으로 단정한다고 밝혔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6차 핵실험으로 추정했다. 기습적이고 이례적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화성-14형 핵탄두 (수소탄)’ 모형을 세계에 공개했다. 호리병처럼 구형 2개가 하나로 연결된 탄두였다. 지난해 공개했던 단일 구형의 증폭핵분열탄두와 다른 형태였다. 통신은 그러면서 “ICBM에 장착할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과 미군이 탄두 사진을 미처 분석하기도 전에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일본 상공을 지나는 ICBM을 발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탄두를 먼저 공개한 직후에 핵실험을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ICBM 완성’ ‘수소탄 개발 성공’ ‘탄두 소형화’ 등을 동시에 과시하려는 행태로 추정된다.
북한의 ‘3년 주기’ 핵실험 패턴은 또 깨졌다. 북한은 지난해 ‘3년 주기’를 벗어나 1월과 9월에 2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뒤 수소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다시 1년 만에 6차 핵실험을 했다. 더구나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한 직후 ‘버튼’을 눌렀다. 북한은 핵실험 도발은 앞으로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인공지진의 규모가 5.6일 경우 역대 핵실험 중 가장 큰 규모가 된다. 2006년 1차 핵실험의 규모는 3.9였다. 3년 뒤인 2009년 2차 핵실험은 4.5로 커졌고, 다시 3년 뒤인 2012년 3차는 4.9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은 4.8로 다소 작아졌다가, 9월 5차 핵실험에서 5.5 규모의 인공지진이 관측됐다.
5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수소탄이라고 주장했으나 전문가들 관측은 증폭핵분열탄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이번 실험도 5차와 마찬가지로 핵분열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실험이었는지 가늠하려면 시간을 두고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 트럼프 "대화는 답이 아니다"에 대한 김정은의 대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고 터무니 없는 돈을 지불해 왔다”며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는 IRBM을 발사해 북태평양상에 떨어뜨리자 내놓은 말이었다. 곧바로 미국 정부의 대북 기류가 강공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IRBM 발사 전까지 미국은 북한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고 보고 있었다. '괌 포위사격'을 공언하고 발사 계획까지 공개했다가 김정은이 "미국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자 한 발 물러섰다고 여겼다. 미국 정부에선 대화나 협상을 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행동으로 구체화되지는 않던 상황에서 북한은 괌 공격용 미사일을 방향만 바꿔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비난하며 "대화는 답이 아니다"란 말을 내놨다. 그러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우선적으로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의 안보팀 수장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터였다. 미국 정부의 대북 발언이 일관된 메시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도발 수위를 한 단계 높였고, 그 수위는 레드라인의 경계선에 있다고 여겨질 만한 것이었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이번 도발에 김정은 다시 한 번 미국을 향해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보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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