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넣어 불쾌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클린턴은 23일(현지시간) MSNBC 방송 ‘모닝조’에 자서전 ‘무슨 일이 있었나(What happend)’의 9월 12일 출간소식을 전하며 책의 내용 일부도 함께 공개했다. 이 책은 클린턴이 대선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고 자성하는 내용의 비망록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해 10월 9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두번째 TV토론회에서 불쾌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 뒤에 바짝 붙어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넣듯 행동해 소름이 돋을 만큼 불쾌했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입김’이 더욱 불쾌했던 이유로 TV토론을 앞두고 트럼프의 과거 ‘음담패설 녹취록’이 공개됐던 사실을 들었다. 그는 “토론 이틀 전 세계는 트럼프가 여자의 음부를 더듬은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것을 들었다”며 “그 후 토론 당일 나는 그와 작은 무대에 서야 했고, 그는 내가 어디로 걸어가든 나를 바짝 따라와 뚫어질 듯 응시하고 얼굴을 마주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행동’은 당시 두 사람 사이에 험악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두 번째 TV토론은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으로 불렸다. 거친 언사와 무차별 폭로전으로 진흙탕이 됐다. 각자의 스캔들을 걸고 넘어지면서 당시 토론은 ‘추문 논쟁’으로 얼룩졌다.

클린턴은 TV토론 당시 트럼프의 행동을 떠올리며 “그 순간 나는 토론을 중단시키고 방청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고 싶었다”고 자서전에 밝혔다. 클린턴에게는 그 순간이 일종의 딜레마 같았다. 그는 “사적인 공간에 반복해서 침입하는 트럼프에게 웃으면서 평온을 유지할지 아니면 그의 눈을 똑바로 보고 ‘뒤로 물러서. 소름 끼치는 놈아. 너가 여자를 위협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라고 따질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당시 클린턴이 선택했던 대응 방식은 전자였다. 클린턴은 약간의 후회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에 “어쩌면 후자를 선택하는 게 맞았을지 모른다. 그게 TV토론에서는 확실히 더 나은 방식이었을 것”이라며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만 지나치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적었다.
대선 패배에 대한 회한도 자서전에 드러냈다. 클린턴은 “대선후보 시절 매일 나는 수백만 명이 나를 믿고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실망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는 그들을 실망시켰고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는 내가 여생을 보내며 내내 감수해야 할 무게”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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