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합참의장 이취임식장을 마지막으로 42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한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취임식에 참석해 이 전 의장을 ‘순진 형님’이라고 부르며 ‘참군인’ ‘작은 거인’이라고 극찬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의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의 합참의장을 지낸 이 전 의장은 42년간의 군 생활동안 45번 이사를 하며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임식 자리에서 이 전 의장에게 캐나다 왕복 항공권을 선물했다. 군 생활 동안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한 이 전 의장 부부에 대한 배려로 캐나다에는 딸이 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공관병 갑질’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주 대장과는 정반대 사례로 이 전 의장 부부의 일화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 부부가 공관 생활을 할 때 공관 조리병을 원대 복귀시키고 부인이 직접 음식준비를 하면서 공관병을 한 명만 두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면서 “그 사실을 칭찬했더니 부인은 ‘직접 음식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인다’고 했고, 이 전 의장은 ‘입이 짧아서 집사람이 해 주는 음식을 좋아한다’며 쑥쓰러워했다”고 적었다.


이런 이 전 의장의 소탈한 모습은 인터넷에서도 유명하다. 강원 양구 2사단장 재임시절 제설작업을 하는 병사들에게 운동복 차림으로 직접 커피를 끓여 대접해 ‘순진 형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일화는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돼 찬사를 받았다.
이 전 의장의 병사들을 아끼는 마음은 강단있는 결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1년 양구에서 고등학생들이 병사들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외출 외박 제한조치를 내리고 병사들을 춘천터미널에서 군 차량을 이용해 부대로 이송했다. 이 조치로 상인들의 병사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이 근절되고, 폭행 고등학생들을 처벌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레전드’로 통한다.
재임기간인 22개월간 전투복을 벗지 못했다는 이 전 의장은 이임사에서 “지난 22개월의 재임 기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로 혼신을 다했지만 지난 22개월 동안 밤잠을 설친 고민과 생각들이 완전히 종결되지 못해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의 일화를 전한 문 대통령은 이날 이임식을 전하며 이렇게 끝 맺었다. “이순진 대장은 전역사에서 아내의 고생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부인은 전역사를 마치고 내려온 남편을 따뜻하게 포옹해 주었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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