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가 광복절 주간을 맞아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와 국가 폭력 간의 관계를 파헤치고, ‘빨갱이’와 ‘친일파’라는 한국 사회 오랜 갈등의 근원을 풀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19일 방송 예정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도둑골의 붉은 유령-여양리 뼈무덤의 비밀'을 부제로 200 여구의 유골이 발견된 경남 마산 여양리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마을의 비극이 세상에 드러난 건 2002년이었다. 태풍 루사로 여양리에 큰 비가 내렸고, 비에 휩쓸려 수십 여구의 유골이 밭으로 쏟아졌다. 마을의 맹씨 할아버지는 "국민 학교 올라올 때 여기서 죽이는 거 봤거든. 총으로 쏴 죽이는 거"라고 말하고, 마을 이장 박씨는 "온통 빨갰어요. 비가 와서 냇가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라고 말한다.
오래전 그날, 이양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에 유골이 쏟아져 내려 한바탕 난리가 나고 2년 뒤, 경남지역 유해 발굴팀에서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총 200여구의 시신과 해진 양복과 구두 주걱, 탄피 등이 여양리 뒷산에서 발굴됐다.
1950년 여름날의 마산 여양리, 맹씨 할아버지는 그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고 기억했다. 할아버지는 수십 대의 트럭 때문에 가던 길을 멈췄다. 이내 어디서 큰 총소리가 들려왔고, 비명이 이어졌다. 얼마 후 경찰은 마을 청년들을 시켜 죽은 사람들을 묻으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포승에 묶인 채 총을 맞은 시신과 도망가려다 시체에 갈려 죽어 뒤엉킨 시신을 묻어줬다.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고, 조직을 키운다는 이유로 사상과 무관한 국민들도 비료와 식량을 나눠 준다며 가입시켰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투와는 관련 없는 지역에서 보도연맹원을 대량 학살한 것이다. 좌익 사상을 가진 적이 있다며, 언제든 인민군과 연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가 나서 보호하겠다던 보도연맹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불순분자로 간주됐다.
보도연맹의 원형은 친일파와 연결돼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반대자들과 돌깁운동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 이른바 '보국연맹'이며 '야마토주쿠'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해방 후 친일 검사와 경찰들이 야마토주쿠와 꼭 닮은 보도연맹을 창설한 것이다.
친일파는 친일이라는 치부를 덮고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자들을 '빨갱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실체조차 불분명한 오랜 혐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남하한 우익민족주의자도,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저항한 시민들도,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도 '빨갱이'로 불리고 위험한 존재로 몰렸다. 그 낙인은 지금도 이어진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진채림 인턴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