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다'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 '먹스타그램'은 이제 흔한 말이 됐다. 소셜미디어에는 혼자 먹기 외로워 올린 '혼밥 사진', 여행 왔으니 자랑하러 올린 '맛집 사진'이 넘쳐난다. 음식 사진 전용 카메라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먹는 김에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찍기 위해 먹는' 요즘이다.
최근 요식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 'able'을 합친 말. 소셜미디어에 올릴 만큼 시각적으로 예쁜 메뉴가 없으면 망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사진에 잘 나오지 않으면 손님을 끌기 힘들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때문인지 맛집으로 소개되는 식당마다 음식이 점차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브루클린에서는 형형색색의 색감을 자랑하는 '무지개 베이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이 퍼지면서 그랬다. 솜사탕으로 장식된 유니콘 피자도 마찬가지. 그러나 유명 음식 블로거 제레미는 1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게 '뭐가 트랜드예요?'라고 묻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무지개 베이글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유니콘 피자를 왜 먹는지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미국 뉴욕 요리학교의 학부장 스티븐은 "우리는 이런 마케팅 방식의 노예"라며 "맛보다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니콘이미징코리아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20~40대 남녀 227명 중 40%가 매일 사진을 찍는다. '주로 촬영하는 것'을 물었더니 음식이 52%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평가지 '저겟 서베이'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조사에서도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75%가 "음식 사진을 고려해 레스토랑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인터넷에서는 '음식 사진 찍기 좋은 카메라' '음식 사진 잘 찍는 법' 등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사진에 잘 나오도록 음식과 주변 장식을 세팅하는 법을 소개하는 전문가도 등장했다. 이에 맞춰 식당에서는 시럽이 다 흘러내릴 정도로 뿌려진 밀크셰이크, 도저히 한 입에 먹을 수 없는 거대 햄버거 등을 선보이고 있다. 먹기 편한지보다 '푸드 포르노(음식이나 음식 먹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담긴 사진 또는 영상)'에 얼마나 적합한지가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풍토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음식 사진이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하던 2013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산하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발레리 테일러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항상 올리는 사람은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 있다"며 "내가 만난 일부 환자는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외식을 하려고 애쓰는 등의 집착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영국 옥스포드 연구진은 2015년 소셜미디어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유행이 영국인의 비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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