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루’는 올 들어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태풍이다. 8일 오후 3시를 기해 18일 6시간 동안 몰아쳤다. 같은 시간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약화됐지만, 바람은 여전히 강력하다. 폭우도 동반하고 있다. 앞으로 24시간 안에 완전히 소멸되지 않으면 세계 기상 관측 사상 최장수 태풍이 된다.
노루는 현재 일본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열도를 따라 북동진 중이다. 오전 9시 도쿄 북서쪽 약 130㎞ 지점까지 접근했다. 같은 시간 중심 기압은 990헥토파스칼(hPa), 이동 속도는 시속 31㎞였다.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시속 68㎞를 기록했다. 초당 20m를 날아가는 속도다.
노루는 일본에서 요란한 비를 뿌리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9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호쿠리쿠에서 250㎜, 간토‧고신에서 200㎜, 도호쿠에서 1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7개 현에는 산사태, 토사 유출, 하천 범람 등의 우려로 재해경보가 발령됐다. 이시카와현과 후쿠이현에서는 피난권고령이 내려졌다.
노루는 올해 발생한 5번째 태풍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 도쿄 동남동쪽 1950㎞ 지점에서 출현했다. 앞선 태풍들과 다르게 급변곡선을 그리며 이동하고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한 바퀴를 돌아 동아시아로 향했고, 당초 한반도 상륙이 예상됐지만 지난 4일 돌연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무려 네 차례나 급선회했다.
노루의 생존력은 앞선 다른 태풍들을 압도한다. 이미 세계 기상 관측 사상 4번째로 장수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설립된 1951년 이후 태풍의 최장수 기록은 1986년 제14호 ‘웨인’의 19일 6시간이다. 그 중 1일 12시간은 열대저기압 상태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노루가 태풍의 최장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노루는 열대저기압 4단계 중 최하인 열대저압부(중심 최대 풍속 17m/sec 미만)로 약화되면서 생존력이 하락했다. 9일 밤 도호쿠 동해상에서 온대성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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