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잇따라 초강경 대응 카드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밤 11시41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29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를 비롯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4기 임시 추가 배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는 미국 등 우방과 공조해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필요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단호한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권도 실감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라”며 “북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의 독자전력 확보방안을 검토하라”고까지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원칙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동시사격훈련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선 바 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키로 했던 사드와 관련해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미 배치된 2개 발사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ICBM급 도발을 감행해와 4기에 대해 임시적으로 추가 배치키로 한·미간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임시배치는 먼저 하고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최종 배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모두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도발을 엄중하게 인식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이 ICBM으로 판명되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 아닌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직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경고했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도 나서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정의용 안보실장이 오전 3시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공식 제의했다”며 “(맥매스터 보좌관은) 오전 10시30분쯤 협상 개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거리 800㎞와 탄두 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지침 가운데 탄두 중량을 최대 1t까지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 기조에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투트랙’ 구상은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북 압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마이웨이'식 도발을 계속할 경우 문 대통령의 투트랙 구상에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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