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가해자 10대 소녀와 맞대면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오후 열린 공판에서 피해 초등학생의 어머니 A씨(43)는 부검 후 발인하기 전 딸의 마지막 얼굴에 대해 얘기했다. A씨는 “염을 하시는 분이 아이의 얼굴은 괜찮다고 해서 잠자는 얼굴을 생각했는데 그럴줄 몰랐다”며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돼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담담하게 고통어린 증언을 이어갔다. 그는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옷을 잘라서 입혔다”며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증언석에 앉아있는 동안 가해 10대 소녀 B양(17·구속)은 오른쪽 피고인석 책상위에 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B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A씨의 증언은 담담해서 더 아팠다. B양은 조금씩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죄송합니다”라고 두 차례 말했다.
A씨는 가해자를 마주해야한다는 고통을 감수하고 법정에 나온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처음으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B양을 쳐다봤다. A씨는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인이 알았으면 했다”며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해자의 범죄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다시 환기시키기도 했다. A씨는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어떤 아이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두 사람은 대조적이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딸에 대한 이야기, 법정에 출석한 이유를 담담하고 정제된 단어로 얘기했다. 큰 울음을 터뜨리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쪽은 가해자 B양이었다.
B양의 결심공판은 다음달 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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