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우승한 선우예권 “후회 남기지 않은 마지막 콩쿠르”

Է:2017-06-28 16:15
:2017-06-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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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시즌부터 해외 연주 급증… 12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추가될듯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콩쿠르의) 나이 제한 때문에 제가 참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기쁩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른 때보다 철저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를 가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금의환향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고, 많은 분들이 내 연주회를 찾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주자로서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진실한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내가 피아노로부터 얻는 치유와 행복감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피력했다.

 선우예권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누나를 따라 학원에 갔다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16살 때 미국 커티스 음악원으로 유학갔다. 이후 줄리아드 음대,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2014년 스위스 베르비에 방돔 프라이즈와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지금까지 한국 피아니스트로는 최다(8회)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부러운 기록이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나가야 했던 속사정도 있다.

 “16~17살 때부터 매년 크고작은 콩쿠르에 나갔습니다. 1년에 평균 2~4개 정도는 됐던 것 같아요. 연주기회를 얻는 등 커리어를 쌓기 위한 것도 있지만 어릴 때는 우승상금으로 궁핍함을 벗어나려는 것이 더 컸습니다. 그때 제게는 콩쿠르 외엔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콩쿠르에 자주 출전하다 보니 준비 부족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례로 그는 지난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당시 인터내셔서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본선과 쇼팽 콩쿠르 예선이 겹치면서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다. 특히 곡을 빨리 익히는 것으로 소문난 그는 새로운 곡을 치겠다는 욕심을 부렸다가 시간이 없어서 낭패를 봤다. 

 “쇼팽 콩쿠르는 제 나태함과 자만심 때문에 준비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예선 당시 피아노를 치면서 스스로도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다른 콩쿠르 때보다 5~6배 이상 준비했습니다. 인생의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거든요. 좋은 결과를 얻어서 더 이상 콩쿠르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것도 기뻐요.”

 지난 4월 독일에서 연주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콩쿠르는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흔히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개성적인 연주 대신 최대한 결점을 줄이는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심사위원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내 경우 흡입력 있는 연주에 끌렸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만난 심사위원도 내게 비슷한 말을 했다. 내 해석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면서 “개인적으로 콩쿠르에서 결점이 없는 끌리지 않는 연주보다는  연주력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1962년 시작돼 4년마다 개최되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피아노 분야에서 차이콥스키·쇼팽·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소위 ‘빅3’ 못지 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북미의 쇼팽 콩쿠르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인 연주자로는 2009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다른 콩쿠르와 비교해 연주자가 준비해야 할 곡이 많은 것으로 악명 높다. 올해는 1차부터 4차 파이널 라운드까지 독주곡, 협주곡, 실내악곡 등 12곡이나 된다. 그의 콩쿠르 연주는 지난 23일 음원으로 출시된데 이어 오는 8월 데카 골드 레이블로 발매되는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앨범’으로 들을 수 있다.

 그는 “이번 콩쿠르는 매순간 기억에 남지만 1차에서 슈베르트-리스트의 ‘리타나이’를 연주했을 때가 가장 생각난다”면서 “당시 부담감도 크고 많이 떨려서 괜히 콩쿠르에 나왔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자 음악에 온전히 내 자신을 맡길 수 있어서 마음이 진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때보다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면서도 “긴장감을 완전히 떨치기 어려운 탓에 세미 파이널에서 내 이름을 듣고 무대 위로 나갈 때 휘청거려 의자에 이마를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승자에게 미국 투어 연주를 비롯한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년간의 매니지먼트와 함께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연주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키노트’와 함께 하게 됐다. 2017~2018시즌 미국에서만 40여회의 공연을 소화하는 등 해외 연주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그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덕분에 오는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 등 올해 말까지 예정됐던 그의 콘서트는 이미 매진된 상태다. 다만 12월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클래식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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