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고 싶어요”… ‘91세 모델 박양자’ 기사 밑의 댓글들

Է:2017-06-22 11:33
ϱ
ũ
91세 패션모델 박양자 할머니. 뉴시스

패션모델은 수명이 짧은 직업 중 하나입니다. 전성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입니다. 20대를 넘겨서도 활동하는 모델이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모델은 30대로 들어서면 런웨이를 후배들에게 물려줍니다. 런웨이에서 ‘젊음’은 필수요소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1세 패션모델 박양자 할머니는 그래서 특별합니다. 박 할머니는 매년 4~10월 두 번째 주 토요일마다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 수상무대에서 열리는 ‘청계천 수상패션쇼’ 런웨이를 밟습니다. 올해도 이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시니어 모델들 중에서도 맏언니지만 흐트러짐 없는 걸음과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 할머니는 이미 유명인사입니다. 패션쇼를 준비하는 소식만으로 뉴스를 장식하죠. 국민일보도 지난 13일 박 할머니와 86세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의 이야기를 온라인판으로 전했습니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고,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고,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의 아내인 배우 심은하씨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입원한 ‘뉴스’가 평소와 다르지 않게 홍수처럼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얼굴을 찌푸리며 뉴스를 봤을 독자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말한 박 할머니의 이야기는 뭉클한 울림을 선사한 모양입니다. 유독 많은 응원과 존경의 댓글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 댓글들이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댓글을 적은 독자들 중 다수는 시니어였습니다. 어쩌면 박 할머니의 동년배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노년층으로 들어선 자신의 나이를 적으면서 “부럽다” “도전하고 싶다”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꼭 나이를 밝히지 않아도 어투와 프로필을 보면 연령을 짐작할 수 있죠.

“멋진 모습. 용기 있게 쭉쭉. 이렇게 아름다운 삶의 즐거움을 시작. 70대. 저도 하고 싶어요. ㅠㅠ ㅎㅎ” (장미꽃밭 앞에서 한껏 멋을 낸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한 김정*님)

“나도 모델이 꿈이었는데. 한번 도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노란 꽃을 프로필로 등록한 황금*님)

“아~ 정말 부러워요. 나도 꼭 한번 하고 싶은데 길을 몰라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손녀를 프로필로 등록한 김옥*님)

“대단하다~ 내 나이 65세는 아무것도 아니네. 늙었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부터 잘 살아보세 ㅎㅎ” (두 손주를 프로필로 등록한 조순*님)

“저도 65세인데ㅋ 모델하고 싶어여ㅋ” (꽃밭을 프로필로 등록한 윤자명자*****님)

“실버 모델 뽑는데 없나요? 신장 165 몸무게 58킬로그램입니다. 62세입니다요.” (강아지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한 이귀*님)

“박양자 할머니 사랑합니다! 이귀* 누님은 탈락!!!ㅋㅋㅋ” (자전거를 탄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한 NO7賢*님)


인터넷과 모바일은 젊은이의 점유율처럼 여겨집니다. SNS와 커뮤니티는 10, 20대가 대부분 점령했습니다. 뉴스를 읽고 댓글을 작성하는 독자 연령층 역시 20~50대가 많습니다.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노년층과 대화할 수 있는 곳은 정치 뉴스의 댓글 게시판 정도일 것입니다.

이마저 일방적 주장과 공격적 언사로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싸움터가 대부분이죠. 노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희망을 품고 사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00세를 앞두고 런웨이에 오르는 박 할머니,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새 출발의 희망을 말한 노년 독자들의 댓글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황혼기는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을 말합니다. 인생에서 걸어온 길을 추억하고 정리하는 노년은 황혼기로 묘사됩니다. 차분하지만, 한편으로 고독한 노년의 삶은 해넘이의 쓸쓸한 풍경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노년층도 희망과 욕구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죠.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습니다.

김철오 박슬애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