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멋있던 배우’ 윤소정, 연극계에 슬픔 남기고 떠났다

Է:2017-06-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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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영결식

고 윤소정의 부군인 배우 오현경 씨가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소정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적당한 용어를 찾는다면 ‘쿨하다’입니다. 선생님은 평소 헤어질 순간이 되면 그 자리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 후다닥 나가십니다. 어느새 멀리서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 길게 하는 거 싫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상 마지막 가시는 길조차 평상시처럼 쿨하게 떠나셨습니다.”

 패혈증으로 지난 16일 별세한 배우 윤소정(73)의 장례가 20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추모사를 읽은 고인의 후배 배우 길해연은 “선생님이 너무나 급하게 떠나신 것이 슬프다 못해 원망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길해연은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선물 같은 존재셨다. 아무리 하찮고 못났던 사람도 선생님 과 만나면 괜찮은 사람이 된다. 선생님이 늘 ‘똑똑하다. 예쁘다. 연기 잘한다’고 칭찬해 주신 것이 배우로서 생활하는데 큰 힘이 됐다”면서 “선생님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셨다. 연극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달 초 윤소정이 지인들에게 보냈다던 시인 김용택의 ‘6월’을 읊자 수십 여명의 지인들이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추모사를 읽는 배우 길해연. 뉴시스

 고인과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였던 배우 손숙도 눈물로 조사를 읽었다. 손숙은 “친구 소정아.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편안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너를 보면서 줄리엣인가, 오필리어인가 생각했다. 너가 무대에서 인사하면 기립박수를 치려고 했는데, 너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구나”라며 “멋있게 질척거리지 않고 떠난 모습이 역시 윤소정답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장례위원장을 맡은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300여명의 연출가, 배우, 프로듀서, 극장 관계자 등이 모였다. 손숙은 “너를 보내기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연극계 후배들을 보면서 ‘너희들, 나 죽을때도 이럴 거니’라는 심술도 든다”면서 “소정이 너 잘 살다 가는 거야. 부럽고 샘이 날 만큼. 네가 친구라서 고맙고 든든했다”고 슬퍼했다. 이어 고인의 남편인 배우 오현경과 딸인 배우 오지혜의 말도 전했다. “오 선생님이 울면서 그러시더라. 소정이 사랑했다고. 지혜는 엄마 딸이라서 행복했고 다음 생에서도 네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어. 너, 행복한 여자야.”

 영화배우 겸 감독이었던 아버지 윤봉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던 고인은 1964년 동양방송(TBC) 공채 1기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다. 그리고 1966년 극단 자유의 창단멤버로 연극계에 본격 입문했다. 이후 ‘초분’ ‘신의 아그네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에이미’ ‘어머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슬퍼하는 가족들. 뉴시스

 1973년 공연한 ‘초분’은 배우 윤소정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무용을 공부했던 그는 당시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있는 극소수의 여배우였다. 이날 추모사를 읽은 길해연은 “선생님은 ‘초분’ 공연을 자주 말씀하셨다. 당시 무대 위에서 뛰는데, 무대와 객석 등 극장 전체가 떨리며 한몸이 돼는 것처럼 느꼈다고 하셨다. ‘너도 그걸 느껴본 적 있냐’고 물으실 때 빛나던 눈빛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고인의 딸인 오지혜는 유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지혜는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오신 모든 분들이 어머니를 친절하고 따뜻한 분으로 기억을 하셨다. 우리 어머니가 좋은 배우를 넘어 멋진 사람이고 괜찮은 삶을 사셨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의 친구셨던 우리 어머니를 이렇게 함께 보내드리는게 맞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윤소정의 영정 사진은 이날 천안공원묘원에서 영면하기 전 연극계 동료·선후배 선후배들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을 시작으로 아르코 예술극장을 거쳐 대학로를 돌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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