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테러가 떠올랐다" 영국의 한 고층아파트를 집어삼킨 화재에서 살아남은 한 생존자는 당시 상황을 이 같이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한 고층아파트가 통째로 화마에 휩싸였다. 현재 화재는 진압됐지만, 한순간에 집과 가족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목격자들과 생존자들을 통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은 이날 오전 0시 54분쯤 화재신고를 받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5시간 동안 화마와 싸웠다. 이후 잔불이 발생해 진화 작업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아파트에는 120가구, 600여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65명만이 불길에서 구조됐다.
화마를 피해 살아남은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했다.
40대 주민은 "미국 9·11 테러를 연상케 했다. 이런 화재는 본적이 없다"며 "불이 우리 층보다 위층에서 시작됐는데, 너무 빨리 번졌다. 30분 안에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 주민은 뉴스통신사 프레스어소시에이션과 인터뷰에서 "한 여자가 9층인가 10층 창문에서 거리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아기를 던지는 모습을 봤다"라며 "다행히 남성이 뛰어와서 아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점점 창문 쪽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고 급박했던 당시 모습을 전했다.
50대 주민도 "5층인가 6층에서 창문 밖으로 어떤 사람이 자녀 2명을 던지는 것을 봤다"라고 말했다. 한 십대 여학생은 "15층에서 4~8세 사이의 어린이 3명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아이들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솟는 불길에 대피해야 했던 인근 주민들도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당시 손자와 함께 탈출에 성공한 60대 할머니는 "난 밖에 앉아서 우리 집이 타는 모습,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웃 주민의 아버지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서 그의 아버지를 도우려고 했으나 사방이 어두워서 들어갈 수 없었다. 그 후 계속 건물 밖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불이 난 아파트 건너편에서 사는 한 주민은 "경고음 소리에 깼는데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며 "비명을 지르며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소방관들도 순식간에 번지는 불을 끄지 못했고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만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새벽에 발생한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최소 12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 그 중 18명이 매우 위중한 상태이다. 또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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