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무대에 연일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협상이 끝나지 않는 한 문은 열려있다”며 “영국이 원한다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도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무리하게 치른 조기 총선에서 패한 뒤 당 안팎에서 압박을 받는 메이 총리로서는 자존심에 상처가 날 만한 발언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프랑스식 볼인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BBC방송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메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브렉시트 협상이 빨리 개시되기 바란다”면서도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 언제나 문을 다시 열 기회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시작되면 점점 더 돌이키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즉각 “협상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음 주에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극단주의 테러와 온라인 공격에 대응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 계획안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뜰을 거닐며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총선에서 과반을 상실한 보수당이 민주연합당(DUP)과 소수 정부 구성안을 협상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선 일정한 분담금을 내면서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은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들끓고 있다. 메이 총리는 그럼에도 유럽 단일시장 철수와 관세동맹 탈퇴를 내건 ‘하드 브렉시트’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카메론 전 영국 총리는 이날 메이 총리에게 “어떤 방법으로 유럽연합을 떠날지 다른 정당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가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옆에 서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마이크를 가까이 옮겨주고 있다. AP뉴시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진 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양국 대표팀 축구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