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순간, 피해자는 자기도 모르게 저항력이 마비된다"

Է:2017-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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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일보 DB

성폭행 피해자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또 한 번 당한다. 성폭행 위기에 놓이면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 탓에 피해자의 '저항' 여부가 법적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기에 그렇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법정의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런 통념과 달리 “성폭행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는 순간 의학적으로 저항능력이 마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안나 몰러 박사 연구팀은 “성폭행 피해 여성 298명을 면담한 결과 그들 중 70%가 성폭행 당시 상당한 수준의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 TI)’를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48%는 극심한 수준의 TI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TI 상태는 사람이나 동물 등 생명체가 긴장이나 공포 때문에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TI 상태에 빠지면 저항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게 피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TI 는 자신이 저항도 못 해보고 꼼짝없이 당했다는 괴로움과 자책감을 안겨줘 피해자에게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곤 한다. 연구팀이 6개월 뒤 피해자들을 다시 조사한 결과 성폭행 당시 TI를 겪은 피해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게 될 위험이 2.7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은 3.42배나 더 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성폭행 피해자의 긴장성 부동화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몰러 박사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법적 상황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 이 연구 결과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대 및 법대 교육과정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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