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게이머(게임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게이머들 사이에서 “박근혜는 오프라인, 전병헌은 온라인 대통령”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우스꽝스러운 코스프레도 마다하지 않았다. 게이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전 정무수석은 제19대 국회의원과 제5대 한국 e-스포츠협회장을 겸직했던 2013~2014년 게임 대회·행사장을 쉬지 않고 달려갔다. 그때마다 모습은 평범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롤)와 같은 인기게임 캐릭터로 변장했다. 정장을 빼입고 나타나 축사만 낭독한 뒤 금세 사라지는 보통의 정치인들과 전 정무수석은 달랐다.
전 정무수석의 첫 코스프레는 2013년 10월 18일 트위터에 공개한 롤 캐릭터 ‘그라가스’였다.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린 같은 달 5일 서울 용산 e스포츠경기장에서 “한국의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이 우승하면 롤 캐릭터로 코스프레하겠다”고 약속한 게 ‘화근’이었다. T1은 우승했고, 전 정무수석은 ‘그라가스’ 특유의 긴 수염을 붙여야 했다.
전 정무수석은 의원실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아 주황색 가발·수염을 붙였다. 보라색 상의, 빨간색 하의를 입고 큰 병을 던지는 자세까지 취했다. 이로 인해 여당으로부터 “국정감사 기간에 코스프레나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게이머들은 일제히 전 정무수석에게 환호했다.


전 정무수석의 코스프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8월 9일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테란의 황제 ‘악튜러스 맹스크’로 변장하고 나타났다. 한 시즌 동안 리그를 관전한 게이머들에게 건넨 감사인사였다. 수염을 붙이고 망토까지 걸친 전 정무수석은 게이머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전 정무수석은 같은 해 10월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4강전을 앞두고선 하늘색 선이 그려진 흰색 상의와 보라색 하의를 입고 파란색 띠를 허리에 두른 채 등장했다. 왼손에는 검을, 오른손에는 탈을 들고 있었다. 롤 캐릭터 ‘신바람 탈 샤코’로 분장한 코스프레였다.
권위를 벗고 대중 속으로 들어간 국회의원의 소통 행보는 갈채로 이어졌다. ‘온라인 대통령’ ‘갓병헌’이라는 별명은 그때 붙었다. 게임 시장을 향한 정부의 규제와 탄압을 지적하고 방어했던 전 정무수석의 의정활동은 지금까지 게이머들의 변함없는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전 정무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놓고 SNS 타임라인이 요동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전 정무수석을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김수현 사회수석과 함께 임명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회·정당과 소통 및 협력의 정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 정무수석은 제19대 국회까지 연임한 3선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을 지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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