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0일로 꼭 3년이 된다.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이 회장은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11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후 9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심폐기능을 되찾아 병원 20층 VIP 병실로 옮긴 뒤 지금까지 입원해 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호전되지도, 심각하게 나빠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영역이어서 구체적 병세는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자세히 공개되지 않는 듯하다. 다만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한다. 병상 생활이 3년이나 지속되고 있어 욕창, 근육감퇴, 골밀도 저하, 폐렴 등 합병증이 우려되지만 병원 측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누워 있는 동안 삼성은 많은 일을 겪었다. 두 차례 '빅딜'을 통해 화학·방산 부문이 한화와 롯데에 매각됐고, 9조원 이상 들여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무엇보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인 1959년 비서실로 출발해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했던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부인 홍라희 여사는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내려놓았다. 남편이 3년째 병석에 있는 가운데 아들마저 구치소에 보낸 홍 여사는 동생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에게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9일 병상에서 75번째 생일을 맞았다. 과거 이 회장은 생일이면 신임 임원 만찬 등을 열어 격려하기도 했다. 이번엔 가족 등 극히 일부 인사만 병문안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이 회장 병실을 많이 찾는 인사 중 하나였지만, 미전실 해체 이후 예전처럼 자주 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룹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관리의 삼성'을 구축했던 미래전략실이 지난 2월 전격 해체된 뒤로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매주 수요일 '사장단 회의'가 없어졌고, 그룹 차원의 공채도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룹 이름으로 유지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시가총액 300조원 고지를 넘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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