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연락이 두절된 대만 남성이 실종 47일 만인 26일 구조됐다. 기적적인 생환의 주인공 량성웨(21)는 발견 당시 30㎏ 정도 몸무게가 줄어든 상태였다. 산행에 동행했던 그의 여자친구 류천춘(19)은 구조의 손길이 닿기 사흘 전 눈을 감았다.
27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만 국립 동화대 1학년 동급생인 이들은 지난 2월 인도를 통해 네팔에 입국, 지난달 9일 히말라야 산맥의 가네시히말 봉우리로 트레킹을 떠났다 갑작스레 찾아 온 눈보라에 길을 잃었다.
이들로부터 연락이 끊기자 가족들이 구조 요청을 했고 네팔 당국이 전문 가이드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폭설과 눈사태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현지 등반업체 관계자는 “이들이 대만인 친구가 있는 마을로 강을 따라가던 중 미끄러지며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굴 같이 생긴 곳에 갇히는 바람에 위로 올라오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네시히말은 다른 트레킹 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조난 상황에서 두 사람은 배낭에 챙겨온 감자와 국수 등을 조금씩 꺼내먹으며 2주를 연명했고, 식량이 다 떨어진 뒤엔 물과 소금만으로 버텼다. 가이드나 포터가 동행하지 않아 오직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40여일이 흐른 뒤 류천춘은 결국 숨을 거뒀다. 류천춘은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기서 내 삶이 끝나지 않기를...”이란 글을 남겨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량성웨는 홀로 애인의 시신 곁을 지킨 지 3일 만에 해발 2600m 높이의 다딩 지역에서 구조대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발은 동상으로 문드러져 구더기가 우글거렸고, 온몸에 이가 바글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대 관계자는 “잠들어 있던 그가 우리들의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면서 “살아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구조 당시의 극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량성웨는 카트만두 그랜드 국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 의료진은 그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안정을 찾은 량성웨는 BBC 취재진을 만나 더듬거리는 영어로 “산 위가 너무 추워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고 조난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가 생각났는지 이따금 말을 멈췄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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