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토론 손익계산서…심상정·유승민 > 안철수·문재인, 홍준표는?

Է:2017-04-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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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스탠딩토론의 최대 수혜자와 최대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19일 대선후보 2차 TV 토론에서 후보 5명은 난상토론을 벌였다. 원고 없이 후보당 9분 동안 자유롭게 진행하는 '총량제 토론'이 시작되자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정책과 자질을 깊이 있게 검증하는 자리는 되지 못했다. 그러기엔 5명이 너무 많았고, 생소한 방식 탓인지 '순발력 테스트'로 흘러버렸다. 5명이 2시간 동안 꼿꼿이 서 있는 화면은 '저럴 거면 왜 서서 하지?'란 생각도 들게 했다.

이런 까닭에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나의 평가는 큰 의미가 없겠다. 하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누가 이득을 얻었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 다섯 후보의 '손익계산서'는 만들어볼 만한 자리였다. 

국민일보 정치부는 취재진이자 시청자 입장에서 2시간 동안 벌어진 난상토론을 평가했다. 승패를 떠나 득실을 가늠했고, 의견을 취합한 결과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가장 손해를 본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일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수혜 그룹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손해 그룹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포함됐다.

'2약'인 심상정·유승민 후보가 '2강'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비해 '남는 장사'를 한 듯한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손익은 가늠키 어려웠다. "많은 웃음을 줬지만, 글쎄…" 정도가 가장 적당한 평가 아닐까. 후보별 '인상적인 장면'과 '총평'은 다음과 같았다.

◇심상정 

▶기억 나는 발언: “대북송금이 몇년 지난 애기냐. 그걸 아직도 우려먹나.”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약 후퇴’ 지적 등 논리를 갖춘 발언이 인상적.

가장 낮은 지지율을 갖고 있지만 지지율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였다.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 사이에 '대북송금' 공방이 벌어지자 그는 "대북송금이 몇 년 지난 얘기인가. 선거 때마다 우려먹나. 미래를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설거지는 하늘이 정한 여자의 일"이라고 말했던 홍준표 후보에게는 사과까지 받아냈다. 홍 후보가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을 보이자 심 후보는 “여자를 종으로 만드는 것이 스트롱맨인가”라고 했다. 

심 후보는 지지율 상위권 후보들을 잇따라 도마에 올렸다. 문재인 후보에겐 국가보안법 입장을 요구했고, 안철수 후보에겐 사드 배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 유승민

▶정책적으로 준비가 잘돼 있음. 논리적 전개, 논거의 디테일이 돋보임.
▶많은 질문이 향하지 않는 한계. 토론에 강한 정치전문가 인상.


1차 TV토론에서 긍정 평가를 많이 받은 후보답게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토론이 끝난 뒤 "(스탠딩이든 뭐든) 방식은 다 좋은데 후보들이 숫자나 이런 것을 너무 정확하지 못하게 말했다"며 "미국은 팩트 아닌 얘기는 바로 자막으로 나간다. 원고가 없으면 팩트가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 약간 어색했다"는 의견을 냈다.

유승민 후보는 많은 언론이 헤드라인으로 택한 이슈를 던졌다. 문재인 후보에게 "우리의 주적이 북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문 후보는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후보들이 꺼리는 '증세' 문제를 가장 정면으로 꺼내들었다. 그는 "소득이 더 많은 사람, 재산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내는 원칙을 확실히 지키면 된다"며 "많은 후보가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 공약을 하면서 증세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기억 나는 발언: “스트롱맨이라고 세 보이려 그 말(설거지) 했는데, 실제로 집에 가면 설거지 합니다” "(문재인 후보를 가리키며) 주적은 저기예요"
▶시청자에게 많은 웃음을 줬으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

"남편이 어젯밤 TV 보면서 빵빵 터뜨리며 웃기에 '라디오스타' 보는 줄 알았더니 TV 토론 보고 있더라." 20일 아침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최대 요인은 홍준표 후보였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폭소가 터지는 장면을 여럿 연출했다. 

과거 발언('설거지' 등)에 부메랑을 맞아 당황해하는 모습에다, "내 참 어이가 없네" "세 분 토론 보니까 기재부 국장끼리 말하는 것 같다” 등 토론회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을 여러 차례 던지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한 기자는 "보수 붕괴를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하지만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엔 어울리지 않는 불편함"이라고 논평했다.



◇문재인

▶모든 후보의 공격, 떨어지는 순발력, 어색한 웃음, 간혹 말문 막히는 안타까움. 져도 진 게 아니라는 평가에 기대야 할 듯.

▶‘2012년의 문재인’과 비교하면 발전했다.


애초부터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토론회였다. 지지율 1등 후보로서 다른 모든 후보에게 공격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왠지 문재인은 싫다"는 정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고, 어눌한 말투가 논리 자체를 어설프게 만드는 효과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런 여건에서 보낸 2시간은 그에게 득이 되기 어려웠다. “노무현 대통령 뇌물 이야기, 사실 아니면 후보 사퇴한다. 문 후보도 북한에 인권결의안 물어본 거 사실이면 사퇴하겠나?” 홍준표 후보의 이 질문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 전형적인 '순발력 테스트'였지만, 어쨌든 유권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긴 어려운 대목이다.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무기로 삼아야 할 것은 순발력이나 매너 같은 것보다 진솔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안철수

▶표정 관리, 위기 대응은 1차보다 나아졌음. 원칙적, 원론적 발언을 반복해 돋보이지 못한 한계.
▶문재인 후보에게 집중된 공격 탓에 양강 후보로서 오히려 손해본 느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적이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받으면 적절히 반격하며 유연하게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토론 내내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런데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안희정 충남지사 같은 임팩트는 주지 못한 듯하다."

안철수 후보의 토론 손익은 이렇게 정리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20일 토론회를 평가하며 "안 후보는 1차 토론에 비해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존재감이 약했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모범생' 이미지를 많이 벗어내긴 했으나 '난투극'에 비견되는 토론에서 두각을 보이기엔 아직 이미지의 장애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가 남은 기간 최대 숙제일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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