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외압' 영상에 '아몰랑' '살려야 한다' 추억이…

Է:2017-04-19 15:50
:2017-04-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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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5일 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 현장인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방문, 메르스 대응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나는 '아몰랑' 기자다. 한때 많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불렀다. 네티즌도 그랬다. 2년 전쯤 쓴 기사 <'아몰랑, 미국 갈거야' 메르스인데 박근혜 또 유체이탈화법>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아무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나조차 가물가물한 일이 됐다. 18일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손석희 앵커를 교체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영상 때문에 갑자기 그 때 그 별명이 떠올랐다.
 
2015년 6월 19일 '미디어오늘'을 통해 알려진 국민일보에 대한 정부의 메르스 광고 누락 사태는 분명히 청와대의 외압 때문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사를 취재해 보도하는 매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본보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초기 대응이 미흡해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건 사실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메르스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초기 대응 미흡을 질타했다. "지적만 하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 순방 일정을 소화하겠고 했다. 여론은 나빠질 때로 나빠졌다. 나를 '아몰랑 기자'로 만들어 준 그 기사에는 방미 일정 강행을 지적한 여론이 담겼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방미 연기나 취소 주장이 나왔다. 기사가 나간 뒤 일주일이 지난 2015년 6월 10일 정부는 방미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그 즈음 청와대는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부장과 부국장, 편집국장까지 모두 그런 전화를 받았다.

김성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현동 당시 국민일보 편집국장에 전화해 특정 기사를 언급하며 "그게 기사가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문제 삼은 기사는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뒤편에 A4용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내부 이곳저곳에 '살려야 한다'는 A4용지를 붙여놓은 것을 두고 '보여주기 대처'라고 지적한 여론을 담은 기사였다.


청와대 항의 며칠 뒤 본보 1면에 예정돼 있던 정부 광고가 빠졌다. 국민에게 메르스 신고 요령을 알리는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였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그런 소식을 접한 나는 회사에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으로 그때를 기억한다.

광고를 집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일보 간부에게 '우리는 무기력하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윗선 지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모든 신문에 같이 광고를 싣는 '원턴(One turn)' 광고가 특정 언론사만 빠지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판적 기사를 쓰는 언론사를 길들이기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미디어오늘의 지적이었다.

"온라인 기사와 관련해 일전에도 몇 번 전화를 받았지만, 16일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방문 기사와 관련해 김성우 수석이 박현동 국장에게 전화해 '그게 기사가 되냐'고 따졌다. 박현동 편집국장이 '기사가 되고 안 되고는 기자와 언론사가 판단하는 건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답하자, 김성우 수석은 ‘국장도 그렇게 생각하냐.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신종수 당시 부국장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

 
"복지부와 문체부 간부들과 통화했을 때도 그쪽에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물증은 없지만 짐작 가는 느낌은 있다. 만일의 경우 어떤 불편한 기사로 국민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가는 정부광고를 뺐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박현동 당시 편집국장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

'JTBC 외압의 실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홍석현' 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오른 영상은 그 때 그 기억을 불러냈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을 때 그 생각이 잠깐 스친 것도 같다.

당시 상황이 흐릿해서, 국민일보 사태를 보도한 기사를 찾아 찬찬히 읽었다. 다시 읽어도 참 어이가 없다. 그러나 분명 있었던 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외압은 시대착오적"이며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석현 전 회장이 직접 '손석희 외압'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그런 정부는 이제 가고 없는 걸까.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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