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47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대표 김성구)가 주최하는 문예공모전 ‘2017년 샘터상’ 시상식이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 샘터사옥 내 파랑새극장에서 개최됐다.
올해 샘터상은 시조 박서희(49·여·경북 경주), 동화 김윤화 (50·여·제주), 생활수기 박현주(21·여·경기 부천)씨가 수상했다.
박서희씨는 평범한 주부로 목련에 무명천과 방울소리를 덧씌우는 시청각 이미지의 감각 전이로 호평을 받은 ‘목련’이란 작품으로 시조 부문을 수상했다. 박씨는 “중년의 나이에 문득 외로움과 고독이 엄습해왔을 때 친구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시조였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에 격려와 나침반이 되는 시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화씨는 15년째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으로 416편이 접수돼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동화 부문에서 ‘킁킁 가게’라는 작품으로 영예를 안았다. 당선작은 집 나간 엄마의 냄새가 그리워 매일 같이 ‘킁킁 가게’를 찾는 어린아이와 불의의 사고로 아기를 잃은 한 아줌마의 만남을 통해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의 치유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고 고백할 만큼 어린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절묘하게 형상화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생활수기 부문에서는 박현주씨가 두 살 때 친척집에 맡겨져 눈칫밥을 먹고 자랐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회상한 ‘오백 원의 기적’이란 수기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박씨는 친척에게 버려진 뒤 3000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던 날의 암담한 심정, 서울역 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 과정, 뜻하지 않은 일로 포장마차를 빼앗기게 된 할머니를 위해 일 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 채무를 변제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당선작과 우열을 겨룬 부문별 가작에는 △시조 최여경(53·울산) 박미애(46·독일 거주) △동화 변선아(43·대전) 김진선(49·서울) △생활수기 김태욱(39·서울) 조요섭(26·부산)씨 등이 선정됐다.
올해 샘터상 공모전은 응모 편수가 크게 늘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동화 부문은 지난해보다 216편 많은 416편이, 생활수기 부문도 올해 127편이 늘어난 278편이 접수됐다. 시조 부문도 총 647편이 응모됐다.
생활수기부문 심사를 맡은 전상국 소설가는 “하나같이 당선작 수준으로 완성도 높은 원고들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며 “수상작을 고른 뒤에도 아깝게 최종심사에서 밀린 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샘터사는 시조(제42회), 동화(제39회), 생활수기(제38회) 등 3개 부문에 걸쳐 지난해 11월부터 응모원고를 접수했다. 2월 말 마감한 후 부문별 예심·본심·최종심을 거쳐 지난 3월 1일 샘터사 홈페이지 및 샘터 지면을 통해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월간 ‘샘터’ 독자들이 ‘샘물통장’에 성금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도움이 필요한 단체나 개인에게 전달하는 제17회 샘물상 시상식도 이날 함께 열렸다.
수상자로는 시온학교(대전),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서울), 조유리(가명·8) 어린이 가정 등 3곳이 선정됐다.
시온학교는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위탁형 대안학교로 운영비 대부분을 조성우 교장의 사비로 충당하고 있을 정도로 재정 형편이 열악하다.
농(聾)청소년들을 위한 수화 공부방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소액의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사비에 의존하고 있어 도움이 절실하다.
조유리(가명) 어린이는 어릴 때 부모와 헤어져 93세 증조모의 손에서 자라는 어린이로 몇 달 전 샘터 지면에 사연이 소개됐다. 증조할머니, 장애를 가진 칠순의 할아버지가 함께 매월 20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올해 샘물상 시상금은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샘터사가 지난해 연말 국가보훈처와 문화일보가 주최하는 ‘제17회 보문문화상 교육문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1000만 원을 전액 샘물통장에 기부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매년 1개 단체(개인)만 선정해 시상하던 샘물상은 올해는 총 3곳으로 늘려 단체에는 각각 900만원, 개인에게는 200만을 지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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