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이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집회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폭력집회를 선동한 혐의로 조사받기 위해 12일 오전 9시5분 서울 종로경찰서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나타난 그는 경찰서 앞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혐의를 부인하며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흥분했다. 나는 침착한 집회를 주도했다. 경찰이 과잉진압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집회를 열었다. ‘탄기국’은 박사모와 마찬가지로 정 회장이 조직하고 주도하는 친박단체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시 탄기국 집회 참가자 김모(72), 이모(73), 김모(66)씨가 사망했다. 경찰은 정 회장에게 탄기국 집회를 주도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도록 만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2일과 28일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지만 정 회장은 불응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출석 요구서를 다시 발송했지만 정 회장이 변호사를 통해 일정을 변경하거나 출석 입장을 번복하면서 무산됐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자 정 회장은 전날 출석 의사를 밝히고 하루 만에 나타났다.

박사모 등 친박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차벽 설치 방식과 강제해산 집행으로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이 과격하게 돌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의 사망은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는 정 회장의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주장에서 원인과 책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72세 김씨의 경우 경찰 차벽에서 떨어진 약 100㎏ 무게의 스피커에 깔려 압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피커는 다른 집회 참가자 정모(65)씨가 경찰 버스를 탈취한 뒤 차벽으로 돌진해 충돌하는 과정에서 떨어졌다. 정씨는 탈취한 버스로 차벽을 반복적으로 들이받았고, 흔들린 스피커는 김씨에게 떨어졌다.
이씨와 66세 김씨의 경우 경찰의 강제해산 집행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 3명의 사망 과정에서 경찰의 책임은 과잉진압이나 무력행사보다 관리소홀 쪽에 가깝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회장은 경찰로 출석하면서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성실하게 조사받을 수 있었다. (경찰이) 서둘러 나오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입장을 번복했던 이유를 물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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