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주제에 드라마 하냐’는 말도 많던데, 저 1년 동안 작품을 쉬었습니다. 군대도 못 가고 작품도 못 하고…. 그런 상황에 ‘시카고 타자기’라는 좋은 작품 만나 열심히 촬영하고 있습니다.”
유아인(본명 엄홍식·31)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좋은 배우다. 사극부터 로맨스까지 폭넓은 장르를 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작품 욕심도 많아 데뷔 이래 큰 공백 없이 부지런히 활동해왔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좋아해줘’ 이후 본의 아니게 휴식기를 가졌던 그가, 드디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tvN 새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통해서다.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 작가 류진오(고경표), 한 때 세주의 열혈 팬에서 안티 팬으로 돌변한 문인 ‘덕후’ 전설(임수정)이 의문의 타자기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순히 2017년 현재 배경의 로맨스물은 아니다. 타임슬립 성격을 곁들여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청춘들의 생애를 함께 다룬다.
유아인은 5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 역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더구나 보기 드물게 아이돌 느낌이 나는 스타작가라서 특이했다. 그리고 이런 파트너들과 함께라면 아주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극 중 한세주는 문단에서 아이돌급으로 잘 나가는 작가로, 허세와 솔직함·자심감이 몸에 배어있는 인물이다. 유아인은 스타일링에까지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깔끔하게 빼입은 의상과 지적인 느낌을 더하는 안경 등이 포인트다.
유아인은 “기존 작품의 경우 전형성을 빌려오면서 새로운 걸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 인물처럼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콘셉트를 잡았다”며 “(전작보다) 좀 더 무게가 있다거나 형식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말대로, 유아인은 최근 몇 년간 연기인생 중 가장 큰 성취를 이뤄냈다. 파격 소재의 드라마 ‘밀회’(JTBC·2014)로 뜨겁게 사랑받은 데 이어 50부작 퓨전 사극 ‘육룡이 나르샤’(SBS·2015)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이상 2015)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스크린마저 접수했다.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30대 대표 남배우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그럼에도 본인은 “과도한 칭찬과 평가를 받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유아인은 “연기가 배틀도 아니고, 잘한다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주어진 캐릭터와 감독·작가님의 의도에 맞게 연기할 뿐이다. 물론 어렵지만 ‘미친 듯이 하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우린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다. 프로페셔널한 배우들이기에 자기 영역에서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 (자연히)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 상대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2004) 이후 13년 만에 브라운관을 찾은 임수정이다. ‘응답하라 1988’(tvN)의 고경표, ‘도깨비’(tvN)의 조우진, ‘마녀보감’(JTBC)의 곽시양 등 탄탄한 출연진이 함께한다.
임수정은 “평소 유아인씨와 좋은 작품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며 “유아인씨가 출연한다고 하니 (작품)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 이상 잘 맞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호흡이 좋다. 함께 연기하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에 유아인은 “(임수정은) 굉장히 능숙하고 노련한 선배”라며 “고유한 매력을 지닌 분이라 파트너로서 흐뭇하게 연기하고 있다. 척하면 척이다. ‘좋은 드라마가 펼쳐지겠구나’란 생각이 들만큼 짜릿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예감이 좋다”고 화답했다.

오는 7일 첫 방송되는 이 드라마를 놓고 다소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수없이 다뤄져온 타임슬립 설정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그 진부함을 얼마만큼 지워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는 “최근 비슷한 소재의 판타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건 사실”이라면서 “어떻게 차별화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기존 작품과 중복되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자체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분명한 건, ‘시카고 타자기’는 확실한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케이블채널 사상 최초로 시청률 20%를 돌파한 공유·김고은 주연의 tvN ‘도깨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도깨비’ 후속작이자 ‘시카고 타자기’의 전작이었던 신민아·이제훈 주연의 ‘내일 그대와’는 1% 아래로까지 떨어졌었다.
김 PD는 “‘시카고 타자기’는 한 가지 장르로 규정짓기 힘든 드라마다. 다양한 감정과 관계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며 “경쾌한 코믹, 짙은 감성의 멜로, 애절한 사랑, 청춘의 울분, 그리고 독립투사들의 비장함과 처절한 동지애, 그들의 최후까지…. 다양한 유형의 재미가 잘 버무려져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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