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정이 들어버렸어…" 3년만에 떠나는 가족들

Է:2017-03-31 15:01
:2017-03-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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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렀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 아들과 딸, 부모와형제의 시신을 부여안고 '유가족'이 되어 다들 떠났던 그곳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3년을 보내야 했다. 팽목항 가족임시숙소는 이들에게 '집'이었고,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가장 가까이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떠나기 2시간여 전인 31일 오전 4시30분. 컴컴한 새벽임에도 팽목항 가족숙소는 창마다 밝은 불빛이 새어나왔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3년 만에 이 곳과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팽목항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배가 떠날 때도 비가 왔고, 물 속에서 올라올 때도 비가 왔다. 엄마들이 현장 들어갈 때도 비가 온다. 아이들이 막 우는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의 짐은 단출했다. 은화 엄마와 허다윤양 엄마가 들고 배에 탄 짐은 상자와 검정색 작은 가방 하나뿐이었다. 상자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영정이 들어 있었다. 영정마다 ‘세월호에 아직 영인이가 있습니다’ ‘세월호에 아직 현철이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는 전날 머리를 깎았다. 다윤이는 아빠가 깔끔한 모습인 걸 좋아했다고 한다. 허씨는 “곧 만나러 갈 거잖아”라고 했다. 

“다시는 이런 땅이 없기를.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없기를.” 이금희씨는 팽목항을 떠나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또 “아직 목포 신항에 올라오는 작업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일하시는 분들이 안전하게 작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수습자 은화양 아버지 조남성씨, 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씨는 31일 오전 팽목항 임시숙소에서 목포 신항으로 거처를 옮기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다른 가족들은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근거리에서 지켜보기 위해 새벽녘에 먼저 팽목항을 떠난 뒤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81일째 되는 날 저희는 팽목항을 떠나 목포로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며 "그동안 저희를 한 가족처럼 보듬어준 진도군과 주민들,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남성씨는 "3년 동안 지낸 팽목항에 정이 들어버렸지만, 세월호가 인양돼 가족을 찾기 위해 떠나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도착에 맞춰 목포 신항에 새로운 임시숙소를 꾸리는 가족들은 세월호가 뭍에 올려져 선체 수색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계획이다. 

진도 팽목항=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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