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새벽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주변은 적막하다고 느껴질 만큼 조용해졌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근혜동산' 김주복 회장 등 일부 지지자가 삭발까지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지만 곧 잠잠해졌다. 3~4명만 자택 앞에 남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날이 밝자 그들도 자리를 비웠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복귀한 뒤 지지자들은 밤낮 없이 이 곳을 찾았다.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과 법원 출석을 위해 모습을 드러낼 때는 더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현재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설치한 철제 펜스는 모두 치워졌다. 펜스에 걸려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 현수막도 철거됐다. 삼릉초 학생들의 등·하교도 모처럼 평온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던 22일을 제외하고 매일 출근도장을 찍던 전담 미용사 정송주·매주씨 자매는 이날 오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도 마찬가지였다. 이영선 경호관만 오전 5시쯤 자택에 들어갔다가 1시간 뒤 나왔다.
지지자 상당수는 시위·농성 장소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옮겼다. 다음달 10일까지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박근혜지킴이결사대는 적은 인원이라도 침묵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삼릉초 학부모들은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자녀의 등교길을 챙겼다. 홀로 등교하는 초등생도 많아졌다. 딸 등굣길에 동행한 최모(35·여)씨는 "이제 동네가 조용해질 듯하다. 애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택 앞에 진을 쳤던 취재진도 속속 철수하고 있다. 그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백명의 경력을 투입했던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동 자택은 정치적 의미가 큰 곳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이 됐고, 내리 5선을 했으며,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1979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잃고 청와대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중구 신당동, 성북구 성북동, 중구 장충동 등에서 살다가 1990년 삼성동에 둥지를 틀었다. 2013년 2월 25일 청와대에 들어간 뒤 4년 넘게 비어 있던 이 집은 18일 만에 다시 '빈집'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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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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