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장난감을 치워버린 독일… "아이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Է:2017-03-29 11:50
ϱ
ũ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치워라!"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지 못하게 하는 체계적 프로젝트가 독일에서 확산되고 있다. 게임, 도박, 알코올, 스마트폰 등 자라면서 접하게 될 각종 '중독'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중독의 근원'을 찾아나선 독일 연구팀은 "어려서 형성되는 행동 성향에 중독의 뿌리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아이들에게 중독에 저항하는 힘을 키워주려고 '장난감 없는 시간' 프로젝트를 도입한 것이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은 28일(현지시간) "베를린 주간보육센터에서 아이들의 미니카, 플라스틱 동물, 블록과 레고, 심지어 보드게임까지 모든 장난감을 치워버렸다"며 "어린이들은 빈 강의실에서 오직 강사 2명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주간보육센터는 '장난감 없는 유치원'을 표방하고 나섰다. 몇 주째 장난감이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묻지만, 교사들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만 본다. 이런 장면이 가혹하게 비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미래에 노출될 중독 환경에 저항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 목표를 갖고 있다.

독일에 본부를 둔 청소년 비영리단체 '애키션 쥬덴슐츠'의 엘리자베스 세이퍼트 이사는 "어떤 장난감도 없이 아이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놀거리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며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은 그들만의 게임을 개발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는 행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심리학적 역량을 기를 수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좋아하며,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창조적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실수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장난감 없는 유치원'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바이에른주 웰하임-샹고에 위치한 중독 연구 집단에 의해 프로젝트가 진행됐었다.

이 연구집단은 중독 상태를 겪고 있는 대다수 사람의 행동이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연구원들은 잠재적인 중독 원인을 제거하기 3~6세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및 유아원용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장난감 없는 유치원'의 규칙은 간단하다. 3개월 동안 모든 장난감이 제거되며 담요와 베개 같은 것만 남겨둔다. 교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아이들에게 참견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지루함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배울 수 있도록 관찰을 하면 된다.

이 프로젝트는 1992년 바이에른 펜즈버그시에 있는 유치원을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지에 확산돼갔다. 현재 세계 수백 곳 유치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공감해 '장난감 없는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1997년 독일 뉴스 잡지 포커스는 여러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장난감 없는 유치원 프로젝트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고 어린이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파사우대학 심리학 교수 한스 모겔 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빼앗는 것은 아동학대의 한 형태"라며 "장난감 박탈로 인해 안전감,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프로젝트의 성과를 검증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1997년 심리언어학자 안나 위너의 연구,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된 연구 등 몇몇 독립적인 연구단체가 검증을 시도했다. 그 결과는 '장난감 없는 시간'에 참여한 아이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창의력, 공감, 의사소통 기술이 향상됐음을 보여줬다.

이런 증거에도 '장난감 없는 시간'에 대한 비판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부모 중에도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부모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할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학부모 불만 때문에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세이퍼트 이사는 "일부 유치원에선 '장난감 없는 시간'을 매주 하루씩 하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3개월간 진행하는 동안 부모의 걱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키션 쥬덴슐츠 관계자는 "불안해 하는 부모를 위해 장난감 없는 환경에 어린이들이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 볼 수 있는 비디오를 제작한다"며 "아이들은 많은 역할 연기를 하며, 돌과 막대기를 모아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든다"고 말했다.

사라 제이스크 애틀랜틱 기자는 "자식들과 함께 '장난감이 없는 시간'을 처음 접했다"며 "아이들이 한 줄의 의자를 사용해 기차놀이를 하고 거대한 담요로 요새를 만드는 모습을 봤다. 어느 날에는 야생 동물 시늉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항상 어른과 다른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던 아이들이 '장난감 없는 시간'에는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가 미래의 중독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분명히 아이들에게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난감 없는 시간은 아이들이 새로운 관심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단독] 朴 “뇌물 받으려고 대통령 된 줄 아느냐” 조사 받다 흥분해 탈진
▶검찰 “박 전 대통령,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버스에 깔린 청년 구하자!" 시민들 힘 합쳐 구조 [영상]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 폭로 김경준, 오늘 만기출소
▶욕먹고 맞고 잘리고… ‘동네북’된 경비원
▶호남 경선서 2등한 안희정이 SNS에 올린 글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된다면 첫 식사는?… 구치소 생활 엿보기
▶"국민께 사죄 안 하면 비리 폭로한다" 국정농단 예언한 박관천의 경고
▶마티즈 탄 미모의 BJ, 운전 도중 생방송하다 즉사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