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나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오늘(16일) 오후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청와대와 자택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듯합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거부 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택 압수수색은 지지층 반발 등 후폭풍이 클 수 있기 때문이죠.

# “압색 큰 의미 없다”=특수본 공보관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청와대와 삼성동 자택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필요하면 압수수색이 가능한 장소로 인식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추가 압수수색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압수수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증거 수집이 중요한 목적인데 현재는 수사가 정점으로 가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위한 압수수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압수수색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아시다시피 소환통보를 하고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해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그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청와대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혐의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한 곳일 텐데요. 자택 압수수색도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 SK 임원 3명 줄소환… ‘박근혜 뇌물’ 의혹 조사=특수본은 16일 오전에는 SK그룹 2인자였던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3명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2015년 SK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사면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뇌물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추궁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5년 7월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 연쇄 단독 면담 과정에서 박근혜-SK 김창근 독대→▷8월 10일 SK 김영태, 최태원 회장 면회에서 사면 관련 언급(“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왕 회장=대통령, 귀국=사면, 숙제=대가’로 추정)→▷8월 13일 김창근, 안종범(당시 청와대 수석)에게 문자메시지(“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최태원 광복절 사면으로 출소(재벌 총수 중 유일)→▷11월 SK그룹, 미르재단에 68억원 출연→▷2016년 2월 박근혜-최태원 독대→▷2∼4월 SK그룹,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출연 등의 흐름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종의 부당 거래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입니다. 면세점을 잃은 SK의 면세점 특허권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안돼 검찰청사에 나온 김창근 전 의장은 사면 청탁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그랬겠어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몇 가지 질문에 불성실하게 응대하고서는 “이제 올라가겠다. 성실히 진술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갔습니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박 전 대통령 소환(21일)을 앞둔 보강 수사의 성격이 강합니다. 검찰 조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특수본과의 일문일답을 보죠.
Q. SK 임원 중 피의자 전환되는 사람이 있나?
A. 아직 조사 중에 있다.
Q. 최태원도 부를 계획인가?
A. 두고봐야겠다. 조사 결과를.
Q. SK도 불렀는데 롯데와 CJ도 하나?
A. 필요하면 소환해 조사할 것이다.
Q. 연관지어 오늘 안종범 전 수석 불렀나?
A. 오늘 오후에 소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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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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