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14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는 가계부채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금통위원은 “민간신용 확대를 견인하던 가계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비은행 대출은 은행 대출의 이전 효과 등으로 여전히 예년 수준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서는 비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비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위축될 경우 취약 차주의 금융 접근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 집단대출 증가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는 개별주택담보대출로의 전환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인상하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완화기조를 확대 또는 유지하는 이른바 통화정책의 비동조화 현상이 이어졌지만 최근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 축소에 나설 조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이런 방향으로 변할 겨우 연준 정책금리 인상의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예상보다 클 소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자칫 미국 금리 인상이 갑작스러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신흥국들은 달러화 유동성이 경색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밖에도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흐름과 함께 불확실성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연준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50~0.75%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의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한 금통위원은 “국내 경기가 급락하거나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최근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은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정책 등 하방 리스크가 잠재하지만, 일부 품목의 수급여건 개선, 국제유가 상승효과 등으로 상당기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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