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생활 중 문득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차에 치일 뻔한 경험이 있는 도로를 지날 때, 밤 늦게 컴컴한 골목길을 혼자 걸어갈 때, 건물 옥상에서 우연히 아래를 내려다 볼 때…. '만약 갑자기 차가 달려온다면' '만약 괴한이 나타난다면' '만약 발을 헛디딘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삶이 여기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그런데, 미용실에서 죽음을 떠올린다? 그것도 머리를 감다가? 죽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된 사연을 미국 뉴욕의 여성 작가 케이티 히니가 최근 월간지 '애틀랜틱' 온라인판에 소개했다. ‘미용실 뇌졸중 증후군(Beauty Parlor Stroke Syndrome)’이란 용어를 접한 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스스로 '건강 염려증'이 있다고 소개한 그는 미용실에 갈 때마다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떨쳐 버리기 위해 이 증후군의 정체를 파고들었다.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의 엘리자베스 스미스(49)가 자신의 단골 미용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년 전 미용실에 다녀온 직후 몸의 좌반신에 힘이 빠지고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증상을 겪었다. 며칠 뒤 심한 구토와 함께 현기증이 나 응급실에 실려갔다. 의사는 뇌줄중이란 진단을 내렸는데, 병인을 찾아가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은 일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스미스는 장기간 뇌졸중 치료와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병원비를 25만 달러나 지출하게 되자 미용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의학계에서 드물게 사용되던 ‘미용실 뇌졸중 증후군(Beauty Parlor Stroke Syndrome)’이란 용어가 이 소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병원 뇌졸중센터의 메디컬 디렉터 리처드 번스타인은 “미용실에서 머리 감을 때 목을 길게 빼서 머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가 아주 드물게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에 일정한 움직임이나 압력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두개골이 동맥을 압박해 혈액 응고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렇게 응고된 작은 덩어리들이 뇌 속 미세혈관으로 옮겨 가면 뇌졸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번스타인은 “이런 증상은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거나 격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또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 목 뒤에 수건 등 완충 장치를 두면 머리가 지나치게 젖혀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예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용실 뇌졸중 증후군’의 초기 증상은 현기증과 편두통, 약간의 마비, 겹쳐 보이는 시각 등이 있으며, 심할 경우 뇌졸중에까지 이른다. 번스타인은 “얼굴 이완, 편측 마비, 조정 능력 상실 또는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 토크쇼 '의사들(The Doctors)'도 ‘미용실 증후군’을 다뤘다. 방송은 스미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수건을 통한 예방법 등을 설명했다.
번스타인은 “잠을 자다가 뇌졸중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해서 잠을 안 잘 수는 없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일이어서 이를 걱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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