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이제 공연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Է:2017-03-10 00:02
:2017-03-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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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작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영향 끼치는 관객층 증가세

지난 1월 국립무용단 ‘향연’의 오픈클래스. 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의 ‘회오리’는 오는 17일 저녁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오픈클래스’를 연다. 30일~4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본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의 리허설을 공개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무용수로부터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춤사위를 직접 배워볼 수도 있다. 참가비 1만원에 선착순 30명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이 오픈클래스는 지난 3일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지되자마자 당일 바로 마감됐다.

 국립극장은 지난 2013년 국립무용단의 ‘단’부터 본공연에 앞서 연습실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당시 10명을 대상으로 리허설을 보여준 뒤 안무가 안성수, 연출가 정구호 그리고 무용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뜨겁자 공연마다 연습실을 공개하는 한편 참가자도 30~50명을 늘렸다. 신청자가 쇄도하자 국립극장은 지난해 9월 ‘묵향’부터는 오픈클래스라는 타이틀 아래 유료(1만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공지가 뜬지 얼마 안돼 매진되고 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8일 “오픈클래스에 오는 사람들은 국립무용단에 대해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며, 일부는 놀랄 만큼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해 단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예술가와 관객의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나 역할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게다가 1인 미디어 시대에 오픈클래스 참가자들은 국립무용단의 작품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고 덧붙였다.

 최근 공연계에서 국립무용단의 오픈클래스처럼 완성된 작품을 관람하는 데서 한걸음 더 들어가 제작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관객들의 증가가 눈에 띈다.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다.

 국립극단의 리허설북 판매 증가도 비슷한 맥락이다. 리허설북은 작품의 제작과정을 심층 인터뷰, 연습 기록, 리뷰 등 다각도로 기록한 책이다. 국립극단은 재단법인 독립 후 첫 작품인 ‘오이디푸스’(2011)를 시작으로 주요 작품의 리허설북을 만들어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윤영 국립극단 홍보담당은 “인기있는 작품의 경우 공연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리허설북도 잘 팔린다. 예전엔 구매자의 대부분이 학생이나 연구자였다면 요즘엔 일반 애호가의 비중이 높다”면서 “올들어 ‘조씨고아’의 재공연 때는 지난 2015년 말 초연 당시 만들었던 리허설북이 수백부나 팔렸다. 초연 공연 때 119권에 팔렸지만 올해 공연 때는 409권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계는 관객들이 작품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슈머로 빠르게 진화한 분야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는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 개발,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뜻한다.

 지난 2006년 CJ E&M은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초연 당시 뮤지컬 동호회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배우 선호도조사를 실시해 당시 1·2위를 차지한 오만석과 엄기준을 실제로 캐스팅 했다. 관객이 캐스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뮤지컬 배우 팬덤의 확산과 함께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출발점이 됐다. 

 이후 여러 뮤지컬 제작사들은 쇼케이스 또는 프리뷰 기간 열성 관객들의 리뷰나 반응을 토대로 작품을 수정하거나 마케팅 방향을 정하고 있다. 뮤지컬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장르이니만큼 관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유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뮤지컬은 디벨로핑 과정 중 리딩 공연이나 쇼케이스에서 나오는 관객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혜영 CJ E&M 마케팅부장은 “기본적으로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제작과정에 관객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쉽다. 예전엔 창작자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만남을 원한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통해 아이디어나 확신을 얻는 창작자도 적지 않다”면서 “스태프보다 공연을 더 많이 보는 일부 관객들의 경우 작품을 키워간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쇼케이스나 초연 공연을 본 뒤 적극적으로 리뷰를 남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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