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학년말 종업식에서 학생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취지의 장시간 연설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교장이 일방적으로 이념 주입이라며 항의했다. 온라인 곳곳에서도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은 지난 7일 종업식에서 ‘탄핵정국에 대한 곽일천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의 토론회’를 열고 1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이같은 연설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곽 교장은 중국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작된 단편영화 ‘44번 버스’를 소개하며 근현대사에 기록될 현 상황의 잘못을 외면하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곽 교장은 “탄핵 사건을 처리하는 우리 사회는 정의로움이 사라졌거나 부족하다”며 “지극히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월간조선 기사를 정독하라고 권유한 곽 교장은 “13개 헌법조항을 위반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기소 측과 반박 측의 주장이 소개돼 있다. 적어도 그런 것을 읽어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를 ‘화이트리스트’라고 주장한 곽 교장은 “전전 정권에서 좌파 문화예술인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소위 ‘화이트리스트’라는 것이 정권이 바뀌어 국가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특혜가 가지 않도록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를 저항했던 고위공무원들이 좌천 된 것 때문에 탄핵을 했다”고 주장한 곽 교장은 “1,2급 공무원들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인사조처를 할 수 있는 인사권이 있다”며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인지 밝혀지지도 않았다”고 말한 곽 교장은 “아직 재판을 해 죄가 되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언론에 나온 주장을 갖고 그대로 탄핵을 밀어붙였다”고 꼬집었다.
곽 교장은 이어 “지금은 법적 절차가 아니라 음모에 의해 언론, 국회, 검찰, 거기에 종북세력들이 더해서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보겠다는 불순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역사의식을 갖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곳곳에서 곽 교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교장이 우익 사상을 주입시킨다”는 게 중론이다. 이 밖에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피력한 게 어떻게 토론회냐?” “제대로 된 역사의식은 교장이 먼저 가져야 할 듯” “파면해야 한다” “과도한 정치개입이다” “교장 자격이 없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반면 “참교육자다” “훌륭한 애국자다”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앞서 박 교장은 국정교과서 채택을 추진해 언론에 보도됐었다. 당시 곽 교장은 조선일보에 “국정교과서를 학운위에서 선정하기로 결정했는데 교육청이 공문을 내려보내지 않아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성화고인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게임영상, 유비쿼터스과 등이 특화된 학교다. 곽 교장은 학교 설립자의 아들로 2010년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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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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