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대일 무역적자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데 대해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1일 닛케이 신문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오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국 측의 엔저를 유도했다는 비난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언명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환율정책에 관해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중 하나로서 2%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적절한 금융정책을 펴도록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일본은행에 위임했다"며 엔저를 목적으로 조작을 하지는 않았다고 받아쳤다.
또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간 무역협상에서 환율조작을 제한하는 '환율 조항' 도입을 요구할 의향을 표시한데는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제안도 하지 않은 단계에서 예단하는 답변을 하는 삼가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그동안 통화 당국 사이에 주요 7개국 회의(G7)와 G20 등에서 관련 논의를 해왔다면서 "환율 문제를 포함한 경제와 무역에 관련된 양국 간 의사소통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일본의 환율정책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재무성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환율정책을 중국과 같은 반열에 놓고 비난한 것에 "일본 금융정책은 디플레 탈피라는 국내정책 목적을 위해서 시행하며 환율을 염두에 둔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아사카와 재무관은 "일본은 최근에는 (환율)개입을 일절하지 않고 있다"며 "환율 시세는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며 수년 동안 엔저 유도를 반복했다는 트럼프 발언을 일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은행의 금융완화가 물가안정 목표를 겨냥한 것이지 결코 엔저 유도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율을 비롯한 경제와 무역 문제에서 미국과 일본이 의사소통이 잘되게 하겠다며 실무급 조율을 적극 추진할 방침을 내보였다.
일본은행 역시 금융정책을 통해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금융정책은 어디까지나 2% 물가안정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환율 수준과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로다 총재는 환율정책을 관장하는 곳이 재무성이라면서 환율이 "국제적인 합의대로 펀더먼털(경제 기초여건)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엇을 하는지 보라, 그리고 일본이 몇 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라", "그들은 환율을 조작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기간 "일본이 통화 약세를 유도한다"라고 비판한 바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일본의 환율 정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일본과 금리인상에 나선 미국 간 금리 차이 확대에 따라 엔저, 달러 강세가 진행하는 가운데 일본 측의 주장과 해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해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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