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몸을 사리지 않겠다”거나 “몸을 불태우겠다”는 등 대권의지를 드러내는 과감한 표현을 사용했다. 신중한 발언이 몸에 밴 외교관 답지 않은 공격적인 어휘구사였다.
반 총장은 정치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아직 열하루가 남아 있어서 대외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기 어렵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지만 대선 출마 의지만큼은 강하게 드러냈다. 다음은 주요 문답.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정치할 의사가 있다면 새누리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 귀국해서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보고 국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인가
“제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그 길로 갈 용의가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국민의 신뢰가 배신당했다’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을 놓고 일부에서는 반 총장의 배신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2년 이상 늦게 찾아가고, 친노 인사들과 교류가 없었다며 반 총장의 배신이라고 비판한다.
“내가 ‘국민들이 선정의 결여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은 박 대통령을 포함해서 특정 정치지도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뜻과 다른 국가 운영시스템과 지도력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나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배신이라고 하는데, 그건 그야말로 정치적 공격이다. 2011년 부산에서 국제회의가 열린 것을 계기로 노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권양숙 여사와도 이야기하면서 심심한 조의를 표했다. 이후 서울을 방문하거나 신년 초마다 권 여사에게 전화를 드렸다. 배신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나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한 핵문제나 한반도 문제 해결에 별로 기여한 바가 없다.
“공감한다. 나 자신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하는 동안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협의해서 한반도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부임했다.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까지도 (북측과) 채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해왔지만 3번에 걸친 방북 기회가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은 나를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지만, 한국 정부의 고위직 출신이라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제약이 많겠지만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기회가 되는대로 노력하겠다”

-한국에 어떤 지도자상이 필요한가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하는 동안 많은 국가 정상들을 만났다. 어떤 지도자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첫째, 국민들의 의견을 진솔하게 경청하고 소통하라. 둘째 정파적, 계층적, 지역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민족 전체를 바라보고 글로벌 비전을 보여라. 셋째 모든 이해당사자와 포용적 대화를 해라. 그래서 해결책을 모색해라.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 국민 결속, 사회 통합을 이뤄야만 진정으로 포용적인 지도력이 나온다. 이게 리더십의 요체라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뜻밖에 한국에서 촛불사태가 일어나니까 내가 민망해졌다”
-왜 한국의 리더십이 실패했다고 보는가. 제도의 문제냐 개인의 문제냐.
“이미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통해 염원과 희망을 말하지 않았나. 이제는 정치·사회 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분석해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까 다 모여서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
정치인들은 이제 자기를 버려야 한다. 국가가 없는데 정당과 정파가 뭐가 중요하냐. 노론, 소론, 동교동, 비박, 친박이 뭐가 중요하냐. 저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떤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귀국일정은
“1월 중순 귀국한다. 아직 비행기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
-귀국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하는데, 탄핵소추된 상황이어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예방해서 귀국 신고를 드리겠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도 찾아가 인사하겠다”
-귀국 후 국민보고를 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가
“아직 생각을 못해봤다”
-반기문 재단을 만들어 활동할 거라는 얘기가 있다.
“재단을 만들 계획은 없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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