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 “복귀 후 무대 위에서 두려움 사라졌다”

Է:2016-10-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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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차 내한…“케네스 맥밀란 작품에서 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

알레산드라 페리.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53).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국 로열발레단과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한 페리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레리나 가운데 한 명이다. 영국 출신 세계적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말년의 뮤즈였으며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랑스’의 최고 여성무용수 상을 받았다. 44세이던 지난 2007년 은퇴했던 그는 2013년 복귀한 이후 지금까지 맹활약 중이다. 올해 6월엔 ABT에서 그의 대표작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출연해 찬사를 받았다. 그가 오는 22~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다시 한번 줄리엣 역으로 출연한다.

 18일 서울 중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은퇴후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점점 공허하고 무기력해졌다.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도 잠자는 듯했다. 내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복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07년 다소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는데, ABT에서 오랫동안 콤비로 활동해 온 발레리노 훌리오 보카의 은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BT는 그는 고별무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당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또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신경이 쓰였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은퇴하기로 결정했었다. 육체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두려움이었다”면서 “하지만 복귀해 다시 춤을 추면서 정신적인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가 춤을 추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50세이던 2013년 그는 이탈리아 스플레토에서 직접 안무 및 주역을 맡은 ‘윗층의 피아노’로 복귀했다. 그리고 같은 해 뉴욕 시그니처 시어터에서 마사 클라크의 ‘셰리’를 초연한데 이어 2015년 로열발레단에서 웨인 맥그리거의 ‘울프 작품집’ 초연에 잇따라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올해 영국의 권위있는 올리비에상 무용 부문 성취상을 수상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리허설중인 알레산드라 페리와 에르만 코르네호. 유니버설발레단

 그는 “복귀를 준비하면서 작은 무대라도 창의적인 것을 해보고 싶었다. ‘윗층의 피아노’는 내 인생을 담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이후 ‘셰리’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로열 발레단과 ABT 등에서 다시 작업하게 됐다”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몸이 바쁘긴 하지만 마음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3년 로열발레단의 내한공연 때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파랑새 역으로 출연했고, 1995년 롤랑 프티 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는 ‘카르멘’의 타이틀롤을 맡았었다. 하지만 전막발레에서 주역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게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은퇴후 9년만인 올해 ABT에서 공연한 뒤 한국에서 다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노(No)’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빠듯한 스케줄이었지만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테크닉 못지 않게 연기가 중요한 드라마 발레다. 그는 1984년 19세의 나이에 로열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해 줄리엣의 현신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맥밀란의 작품에서 잇달아 주역을 도맡으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날 그는 케네스 맥밀란에 대한 회고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해석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맥밀란의 안무는 연극처럼 접근해야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춤은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맥밀란은 무대에 오르는 모든 무용수들에게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진 살아있는 인물이 되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동작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배운 무용수들에게 맥밀란의 요구를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맥밀란은 말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늘 꼼꼼히 관찰한 뒤에 적확한 한마디를 던지곤 했다. 내게는 ‘무대 위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무대 위에서 실제 삶인 것처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개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은 낭만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과 함께 증오, 폭력, 섹슈얼리티, 죽음 등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이야기다. 맥밀란의 사전에 ‘아름답다’는 있지만 ‘예쁘다’는 없다”고 덧붙였다.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 알레산드라 페리 그리고 에르만 코르네호. 유니버설 발레단 제공

 그는 50세가 넘어서도 무용수로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발레를 하기에 좋은 체격을 타고난 것은 큰 선물이다. 하지만 나를 특별하게 해준 것은 신이 준 선물이 아니라 내 자신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을 맡든 항상 내면적인 표현들에 신경을 썼다. 무용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자 여성으로서 그런 노력하는 모습이 내 장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내한 공연 기간 그가 무대에 서는 것은 23일과 26일 이틀 뿐이다. ABT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에르만 코르네호(34)가 이번에도 함께 한다. 나머지 날짜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황혜민·강미선·김나은(줄리엣 역), 이동탁·콘스탄틴 노보셀로프·막심 차셰고로프(로미오 역)가 무대에 선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동갑인 페리의 이야기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우리나라 발레도 급성장했지만 좀더 성숙하려면 페리 같은 진정한 예술가의 무대를 볼 필요가 있다.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이 보고 이분의 예술성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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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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